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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차려진 세월호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한 유족에게서
강한 항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 지지율 추락·선거패배 우려
- '신뢰·약속' 자산마저 흔들
- 국무회의 발언 형식 빌려
- "유족·국민 여러분께 죄송"
- 사태수습 후 2차 사과 전망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4일째인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2주 만으로,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사과한 것이다.
청와대는 전날까지 "1분1초마다 대통령이 사과하나", "대통령의 사과보다는 구조·수습이 먼저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한 민심 이반이 갈수록 확산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사고 수습 후, 대통령 사과' 방침에도 언론들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이유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사과는 국무회의 발언형식을 빌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참사 발생 이후 현지에 가서 유족들 앞에서 구조와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조가 지연되는 데 대한 유족 및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오히려 커지면서 사과를 더는 미루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다독이지는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약속과 신뢰'까지 흔들리는 처지에 몰렸다. 정치권에서는 6·4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참패론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사과와 함께 사고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문책, 고질적인 '관피아'의 폐해 척결, 국가개조 수준의 국민안전대책 마련 등을 강조한 것도 정부가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언급하면서 업계 유착 등 '관피아' 근절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카드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은 물론 유족들의 반응도 다수가 '불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 대책회의는 이날 "5천만 국민이 있는데 박 대통령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며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뒤늦게 나온 사과마저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데 크게 미흡해 박 대통령이 참사수습 후 2차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입장표명의 기회를 별도로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사과방식은 회의장이 아니라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담화 등 국민 앞에서 직접 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오늘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사과는 타이밍을 놓친 사과일 뿐 아니라 내 탓이라는 통렬한 자기반성이 빠져 그 내용에 있어서도 크게 미흡하다"면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현실인식을 볼 때 국가안전처 신설과 공직사회 개혁 등 후속 대책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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