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재호 부산대 행정대학원장, 박영강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 '2할 자치' 극복 최우선 과제

- 분권형 개헌 정치권 의지 중요

- 국세→지방세 전환 확대로 재정분권

- 단체장 능력·도덕성 철저한 검증

# 자치권 확보 법적·제도적 대안

- 지역 맞춤형 다양한 지방정부 구성

- '强시장-의회형' 일방적 행정 근절

- 갑을관계 고리 기관위임사무 폐지

# 지방정부의 개선방안

- 분권 담당 조직 확대·직급 상향

- 균형발전·광역경제권 협력 강화

- 시민 눈높이 분권 논리·의제 개발

# 지역주민 주권의식

- 광역·기초단체장, 교육감, 의원

- 향후 4년간 1000조 원 이상 집행

- 권한 오남용 못하게 표로 심판을

6·4지방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지방자치를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라는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물론 후보자들도 주민과 함께 지역발전을 이뤄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역의 자치주권을 강화하는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신문과 동의대는 '지방독립시대'를 열어가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자치권 확보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안 ▷자치권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개선방안 ▷자치의 주체인 주민의 참여확대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 지상토론 형식으로 정리했다.

토론에는 강재호 부산대 행정대학원장, 박영강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가나다 순)가 참여했다.

-'2할 자치'를 넘어서 지방독립시대로 가기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나.

▶박영강 교수= 지방자치의 신장을 위해서는 대부분 관련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수반되어야 하므로 정치권과 국회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영미권에서는 일찍부터 지방분권을 실현했고, 일본·프랑스와 같이 중앙집권적 전통이 강한 국가에서도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혁을 시도했다. 프랑스에서는 분권형 개헌을, 일본에서는 기관위임사무 폐지와 재정분권을 통하여 각각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

▶송광태 교수=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자치단체별로 그 특색이 다른데도 단일한 제도를 적용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역특성에 맞는 지방자치 모형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강(强)시장-의회형의 지방정부 기관구성 형태를 들 수 있다. 이 유형에서 단체장은 직원에 대한 인사권,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은 물론이고 정책입안권과 각종 인허가권 등 지방정부 운영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단체장의 능력과 도덕성이 선출과정에서 철저히 검증되어야 하고, 당선 이후에는 지방의회와 주민에 의한 통제를 상시적으로 받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의 경우 중앙정당에 의한 강한 공천권 행사로 인해 후보자 결정과정부터 주민의 의견이 지배적으로 되지 못하고 있다.

▶박재욱 교수= 현재 부산시에서 지방분권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부서는 정책기획담당관실 산하의 광역행정계이며, 6명의 공무원이 소속되어 있다. 부서명대로 이웃 지자체와의 각종 협의체 등 광역행정 관련 협력업무 수행이 주가 되다보니 분권 추진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기에는 인력이나 조직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분권 담당 부서가 약체로 존재하는 자체가 그동안 부산시의 분권 추진 노력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강재호 원장= 유권자인 주민은 지방자치단체가 생산하거나 전달하는 삼라만상의 행정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들 서비스의 양과 질이 납세 등의 부담에 비추어 합당했는지, 앞으로 4년간 우리를 대신해 이를 결정하는 데 관여할 장, 교육감, 의원의 후보로는 누가 가장 적합한지 신중하게 생각해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할 것이다. 주민이 납부하는 지방세 수입 등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한해 200조 원 이상을 지출하며, 지금 추이로는 앞으로 4년간 1000조 원 이상의 지출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출을 이들에게 사실상 맡기고 있으니 기표에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과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송광태= 첫째, 지역의 다양한 요구를 지방정부의 기관구성 방식을 통해 담아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은 단체장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자치행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것을 원하고 있으나 현 제도가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둘째, 현행의 강시장-의회형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터전인 지방의회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권한의 단체장 집중은 지방의회의 무력화를 야기하였고, 그 결과 주민과 지역엘리트의 지방의회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하였다.

셋째, 강시장-의회형은 우리나라의 정당공천제와 겹쳐져서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의 참여를 어렵게 하고, 하향적이고 일방적인 행정을 강요함으로써 지방자치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지방정부의 다양한 기관구성방식을 제도화하고 그 중에서 지방이 실정을 고려하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박영강= 우리의 분권과제는 다양하지만 특히 기관위임사무의 폐지와 재정분권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된다. 

기관위임사무의 폐지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이후 특별법을 통하여 이를 천명하였으나 아직까지 실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관위임사무는 중앙행정기관이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부기관으로 삼아 명령적 방식으로 집행을 강제할 수 있는 고리가 되고 있다. 또 보육사업 등의 사례에서와 같이 지방정부가 원하지 않아도 일정비율의 재정 부담까지 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 간의 재원배분 문제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지방정부의 취득세율 인하와 복지비 증가에 따른 대안으로 지방소비세의 비율을 과거 부가가치세의 5%수준에서 11%로 인상했지만, 중앙재원의 추가적인 지방이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방식의 지방소비세의 확대는 비수도권에 불리한 역진적 구조를 지니고 있어 불합리하다. 대안으로 소득세의 일정비율을 지방으로 할당하되, 역교부세 방식을 도입하여 재정자립도가 일정수준을 넘어서는 단체에는 향후 소득세의 배분과정에서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지방정부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박재욱= 우선적으로 지방분권 확대, 지역균형발전의 심화, 광역경제권의 실현 등을 위해 중앙정부나 국회, 울산·경남 등 광역지자체와의 교섭과 협력이 시급하다. 부산발전연구원 등에도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분권, 균형발전, 광역권과 같은 상호 연계성을 지닌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관련 업무를 총괄 컨트롤하는 부시장급을 단장으로 전략기획단의 신설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대내적으로 지방의회, 시민단체와의 민관 거버넌스에 충실하면서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분권 추진의 논리와 의제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대외적으로 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위,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지방분권 전국연대, 시도연구원 등과의 연대도 주요 업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분권의제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추상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과거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의 법제화 사례와 같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의제로 시민적 합의와 전국적 연대를 묶어 낼 수 있는 차원에서 개발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예컨대, 향후 늘어나는 복지 재원에 대한 국고보조금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해 국세인 법인세나 부동산세 등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지방법인세, 지방부동산세 신설 요구 등도 검토할 만하다.

-지역주민들의 주권의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강재호= 소비자와 납세자의 시각에다 주권자의 눈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행정을 뒤돌아보고 내다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유래하듯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의원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무는 유권자인 주민이 잠시 맡긴 것으로 언제든 회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주의 투표행태에 기대어 권한을 오용 또는 남용하거나 책무를 다하지 않은 후보를 또다시 감싸주게 된다면, 그것은 자기의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며 선량한 이웃들의 주권 행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4년간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내 주권을 대신해서 행사할 적임자를 선택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