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님 전 상서
대통령님, 저 이 해성입니다. 그저께 갑자기 찾아와서 조금 의아하셨지요?
선거운동 하느라 이곳저곳 다니다 벚꽃 흐드러진 것 보니 대통령님 생각이 너무 나고
봉하 가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서 캠프식구들과 함께 간 겁니다.
비가 제법 오는데도 대통령님 찾는 이들 여전히 많더군요.
처음으로 관리자 허락받아 묘소 짚고 무릎 꿇었습니다. 바닥에 고인 빗물이 느껴졌습니다.
대통령님 모신 차가운 돌집 어루만지다보니 한스럽고 안타깝고 억울하고 비장해 지고,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비문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때문에 조직됐던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힘을 허물어버린 세월과 그 힘을 복원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저희들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아린 참배였지만 일어설 때는 오히려 마음이 평안해 졌습니다.
이 땅을 적시고 있는 봄비처럼 대통령님 생전의 따스함이 되살아나 저희 마음에 퍼져갔기 때문이겠지요. 참 잘 왔구나 생각하며 둘러보니 다른 이들의 표정도 조금씩은 밝아 보였습니다.고맙습니다.
마침 여사님께서 저희 온 것 아시고 불러주셔서 서재에서 차 한잔 마셨습니다.
2월 중순에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록하고 찾아 뵀을 때는 얼굴이 상하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이제 많이 좋아지시고 표정도 명랑해지신 것 같아 안도했습니다.
창밖으로 새하얀 꽃이 가득 핀 나무가 보여 여쭈었더니 토종앵두나무로 열매는 작지만 꽃은 아주 소담스럽게 많이 핀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벌이 모이지 않아 앵두가 많이 열리지 않을까 걱정하시는데
그 걱정하는 모습까지 푸근하게 느껴져 좋았습니다.
대통령님 생전에 하신 약속대로 사저를 국민에게 내드리기 위해 거처를 짓고 있지만 진척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서부터 6월에 열릴 지방선거이야기와 북경 다녀온 이야기까지 화제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특히 북경에서는 아드님 사는 곳이 변두리라 택시도 잘 안가서 북경시내 찜질방에서 밤 새운 얘기를 하시는데 어이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민적인 풍모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북경이야기 나오다보니 제가 MBC 시사매거진 2580 부장 지내고 북경 특파원 근무하다가
참여정부 첫 홍보수석으로 오게 된 사연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여사님께서 "2580 참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리셔서 우리는 마음이 또 착잡해 졌습니다.
바보노무현이란 말은 2580이 가장 먼저 썼습니다.
제가 홍보수석내정자로 온 첫 날 제 손을 잡고 "바보라고 불러주어서 고맙다"고 하신 말씀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흐른 10년 세월에 오늘의 현실이 오버랩 됩니다.
지난 3월 3일에 제가 '이해성의 부산 날개 달기'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문재인 의원이 영상편지로 "이 척박한 부산에서 세 번이나 선거 나와 떨어지고도
다시 시장선거에 나선 이해성도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축사를 했습니다.
주변사람들은 문의원이 극찬을 했다고 평했습니다.
제가 대통령님에 비견되는 것이 대단히 과분한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정신을 따르는 데는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해 고맙게 받아들였습니다.
어제는 안철수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노무현대통령이 바보같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희생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는데 변함이 없다"며 바보 노무현의 길을 따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희들 정당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바보 노무현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의 지표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당이 새정치연합과 합쳐서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을 창당하던
3월 22일에 하늘에 계신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말 기뻐하실 거라고 말했습니다. 3당합당 이전의 민주세력이 다시 복원되고 뭉치는 첫 걸음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이 그토록 염원하던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변화가 왔고 지난 대선에서 정말 아쉬었던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아름답게 이뤄질수 있게 됐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저는합당을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제는 동도서기의 정신으로 민주의 큰 줄기에 새정치를 접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보 노무현의 길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바보 노무현의 가치관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지난번 봉하 다녀온 뒤 2월 18일에 부산외국어대학교와 침례병원에 갔습니다.
경주에 오리엔테이션 갔다가 참변을 당해 희생된 부산외대 학생들 빈소에 간 겁니다.
혹시 그 아이들 보셨습니까? 정말 예쁘고 늠름하죠?
문재인 의원과 같이 갔는데 뭐라고 위로할 말은 없고 마음은 아프고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며 울부짖는 거예요.
"이 엄마가 잘못했다. 성호야. 이 엄마가 잘못 가르쳐서 정말 미안하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고 가르친 것 잘못했다. 남을 먼저 위하라고 가르친 것 미안하다. 내가 나쁜 엄마다."
그 어머니는 용당에서 의용소방대장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아들 양성호군은 해병대 출신
부산외대 재학생인데 후배들 구하려고 다시 뛰어 들어 갔다가 참변을 당했답니다.
대통령님, 이럴 때 뭐라고 말해줘야 합니까?
'우리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때 대통령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대통령님은 언제나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꿈꾸었고 그것을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특권과 반칙이 판치고 천박한 이기주의가 득세하는 사람 못 살 세상입니다. 정의를 모욕하고 숭고한 희생을 무시하는 나쁜 사람들이 착하고 훌륭한 엄마를 나쁜 엄마로 자책하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대통령님, 이런 세상 바꾸기 위해서 정치해야 하는데 부산에서 정치하는 것 참 힘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10년 전 대통령님 권유받고 17대 총선에 출마한 뒤로
3년 전 동구청장 재선거와 재작년 19대 총선까지 부산에서만 세 번을 낙선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제 선거처럼, 어떻게 보면 제 선거보다 더 열성적으로 뛰었습니다만
정말 비통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부산시장에 출마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이제는 가족들도 선거 이야기는 입에 올리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부산에서는 민주당으로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러느냐는 안타까운 마음이지요.
전들 이걸 모르겠습니까? 오히려 저처럼 여러 번 떨어져 본 사람이 상황을 더 잘 알지요.
그렇지만 저는 선거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한 약속들 때문입니다. 대통령님과 나눈 약속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 산만디 사람들하고 맺은 약속 때문입니다. 저는 하늘로부터, 사회로부터 거저 받은 작은 능력이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모두를 위해 쓰겠다고 어릴 적부터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대통령님께 참여정부의 성공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 동네 어려운 사람들, 나이 드신 분들, 외로운 분들에게 지팡이가 돼 드리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산의 자산을 서울사람이나 재벌들 뜻이 아닌 부산사람들의 뜻대로 사용하고
제 값 받을 수 있도록 해서 부산을 독립시키고 사람 사는 세상의 출발점이 되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이런 약속을 어기고도 편안하게 살아갈 배짱이 없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힘든 길을 가려 합니다.
홍보수석 일 대통령님 기대하신 것만큼 못해 미안합니다만 그 때 곁에서 모시고 배운 기억은 지금도 마음 깊이 감사하며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을 바꿔놓은 경험입니다.
대통령님의 진면목을 보여 주신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미친갱이 둘 때문에 내가 다 미치겠다.'
북한 김정일과 미국 부시대통령을 보고 저에게 혼자 말처럼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저는 대통령님이 현실에 발을 굳건히 딛고 이상을 추구한 실용주의자이고 민족주의에 기반한 애국자라고 봅니다. 그러니 남들 듣지 않는 데서는 김정일과 부시를 미치광이라고 한탄하시면서도 이라크 파병도 결정하고 제주도에 해군기지도 건설하자고 하고 한미 FTA도 추진하셨겠지요.
그런데도 새누리당 정부는 대통령님이 NLL을 어떻게 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국정원까지 나서 댓글장사로 대선 승리를 훔쳐 갔습니다.
2007년 12월 말에 청와대에서 열린 참여정부 마지막 송년회 기억하시죠?
그때 제가 청와대에 모인 사람 대표로 성공의 역설을 말씀드렸고 대통령님도 동의하셨습니다. 국정원과 경찰 검찰, 국세청같은 소위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참여정부의 정신이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가 역설적으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 성공이 여전히 족쇄가 돼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국민의 기관이 국민을 속이며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고 시대를 역행시키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우리도 그때 다른 정권처럼 국정원 검찰 꽉 틀어잡아서 정권재창출 했어야되는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되겠지요.
이런 시련조차도 달갑게 견뎌야 바보 노무현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겠지요.
"어떤 강도 똑바로 흐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강도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돌아가신 뒤 중국에서 돌아와 제주에서 호텔사장을 2년 했는데
제주분들 제가 노무현 비서했다고 말하면 정말 반가와 하고 맞아 주는 게 달라요.
제주 4.3을 새롭게 평가해주고 억울한 일 풀어 준 분이 대통령님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조차 제주 4.3을 국가기념일로 정했습니다.
얼마 전 변호인 영화가 엄청난 관람기록을 세웠습니다. 더 좋은 일은 부림사건 변호받은 이들 모두 무죄판결 난 겁니다. 보고 받으셨지요? 기쁘시죠.
저는 이런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봐요
그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의 염량세태는 여전합니다.
청와대 경내에서 저하고 같이 걸었던 길 기억하세요?
저는 대통령께서 쌍욕하시는 것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아이쿠! 나 말고 누구 딴 사람이 듣지는 않았겠지 놀라서 둘러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대통령께서도 이런 말 쓰시니 인간적인 친근감이 느껴져
반가웠습니다.
그 시원한 욕설 한마디로 요즘 부산 사람들 좀 꾸짖어 주세요.
오거돈씨 기억하시죠? 부산시장 후보 두 번했고 장관도 시켜주신 그 분 말입니다.
지금은 오거돈 전 장관이 우리당하고는 아예 거리를 두고 오히려 시장후보를 양보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봉하사저에 있는 담당자에게 오거돈 장관이 참배왔는지 물었더니 기억이 없다는군요.
그런데도 이 분에게 양보하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좀 꾸짖어 주세요.
어떻게 이뤄낸 민주의 그루터기인데 그냥 넘겨주자고 생각하는 기회주의, 패배주의를
좀 나무래 주십시오.
우리끼리 반목하는 것도 타일러서 고치게 해 주십시오.
17대 총선 선거 끝난뒤 대통령 봿을 때 조경태를 학습하라고 하신 말씀 기억나서 당원들과 함께 선거 얘기 듣는 자리 만들었더니 뒷말이 많았습니다.
강퍅한 마음들 어루만저주시고 따뜻한 말씀으로 껴안아 주셔서.
서로 서먹서먹하거나 반목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서로 응어리 진 것 있으면 빨리 풀라고 다독여주세요.
서로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부산시장이 꼭 되고 싶습니다.
제가 무슨 돈 때문에 권력욕 때문에 시장 되고 싶어하는거 아니라는점은 잘 아시죠?
저는 대통령께서 하고 싶었던일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우선 시작하신 일부터 매듭을 지어야겟지요.
가덕신공항 제가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가덕도 땅을 팔아서라도 임기내에 착공할 겁니다.
북항재개발도 대통령님 구상하신대로 추진할 것입니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스리퍼 끌고 북항 찾게 만들고
세계사람 누구나 며칠간 놀다가지 않으면 못견딜만한 놀이터하고 돔야구장을 지어서
북항 전체를 해양관광 특구로 만들고 부산사람들이 여기를 터전으로 놀고 버는 시대를
시작할 것입니다.
낙동강도 새롭게 명물 관광으로 살리고 한집에 한 평 정도는 텃밭을 제공해서
부산시민의 앞뜰로 만들 것입니다.
부산시립 예술대학도 신설해서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계한 세계적인 실용예술도시를 이끌게 하고 영어를 제2공용어가 되도록 해 볼 생각입니다.
존엄과 번영을 지켜나가겠습니다.
국유지와 시유지 활용해서 한평에 월 만원정도의 임대전세주택을 지어서 결혼하는 청년들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살게하고 나이든 사람이라도 창업해서 제 손으로 벌고 살 수있게
부산곗돈제도도 마련할 겁니다.
역사도 자산입니다. 제대로 살려서 자부심회복하고
마침내 부산이 동북아 중심도시가 돼서 부산가야시대를 열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그렇게 염원하시던 지역주의의 벽을 깨트리고 넘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가 뭉쳐서 이번만큼은 저 뿐아니라 부산서 선거나온 우리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게 하늘나라에서 격려해 주시고 굽어 살펴주세요.
6월5일 대통령님 영전에 우리 모두 모여서 부산시장 당선증 ,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당선증 펼쳐놓고 미친듯이 큰소리로 웃어보고 싶습니다.
꺼이꺼이 목놓아 울어보고 싶습니다.
대통령님이 고향 와서 하셨던
'참좋다" 그 말씀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6.4 지방선거 이제 64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님, 도와주십시오.
2014년 4월 1일 이해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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