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2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2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한고비를 넘겼다.
아직 2, 3심이 남아 있지만 11년째 이어온 검찰과의 질긴 '악연' 끝에 자신을 또다시 옥죄었던 비리 혐의에서 일단 벗어나면서 정치적 명예회복을 어느 정도 이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두 차례 지낸 중진인 박 의원과 검찰의 악연은 지난 2003년 대북송금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의원은 당시 현대그룹으로부터 '대북사업 추진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듬해에는 금호그룹에서 3천만원, SK그룹에서 7천만원 등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제2인자로 위세를 떨쳤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치적 암흑기가 닥친 셈이었다.
대법원은 2006년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에는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금호·SK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박 의원은 2007년 사면복권된 뒤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비리 전력자'라는 굴레로 인해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절치부심 끝에 전남 목포에 무소속으로 출마에 당선됐고 이어 '친정'인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서 2009년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결정적 한방'을 날려 '낙마의 주역'으로 떠올랐지만, 이후에도 검찰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2010년 5월∼2011년 5월, 2012년 5월∼12월 두 차례 원내대표를 역임하는 사이 각종 비리사건에 이름이 거론되며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과 민주당은 '야당탄압', '표적수사'라고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한화, 태광, 씨앤(C&)그룹의 비자금 사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저축은행 비리 사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서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인터넷방송 '라디오21' 편성본부장 양경숙씨 사건과 전남지역 중소 조선업체인 고려조선 대표의 횡령사건에도 이름이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렀다.
박 의원은 이날 1심 판결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6번에 걸쳐 표적수사를 당했지만 결국 승리했다"며 "저를 제거하려는 정치 검찰의 행태는 이것으로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야당의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정권은 민주정권이 아니다. 앞으로도 민주당 의원으로서 건전한 비판은 할 것"이라며 "검찰은 더이상 나를 박해하는 데 앞장서지 말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향후 당내 활동공간을 넓혀가며 활로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 도전설과 함께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 일각에서 전남지사 후보로도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