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오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 소식을 전하며 전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이 장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토론'을 하는 사진을 화면으로 내보냈다. 특히 박봉주(사진 상단의 오른쪽) 내각 총리는 발언하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또 김기남(사진 상단의 왼쪽) 노동당 비서와 조연준(사진 하단의 왼쪽)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만건(사진 하단의 가운데)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도 토론자로 나섰다. 양형섭(사진 하단의 오른쪽)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발언권을 요청하려고 손을 든 모습도 포착됐다. 연합뉴스)
-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등
- 숙청 근거로 네 가지 거론
- "당 노선·정책에 태만·왜곡"
- 로켓발사 등 軍과 충돌한 듯
- "귀중한 자원 헐값에 팔아"
- 中과 경제협력 부패 지적
북한은 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통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숙청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부터 여자문제까지 A4용지 4장에 달하는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숙청의 구체적 이유를 일일이 언급했다.
북한이 이날 2인자로 통했던 장성택 숙청사실을 '장문의 글'을 통해 신속히 발표하고, 체포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대내외에 장성택의 실각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 유일 지배체제가 공고하다는 것을 천명하고 장성택 실각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위간부를 비리 혐의로 숙청하고도 그 사실 자체를 공개한 사례가 흔치 않았고, 이처럼 구체적으로 죄목을 밝힌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이처럼 죄목을 낱낱이 열거해 숙청한 사례는 김일성·김정일 시대까지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유일적 영도체제 확립과 확고한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설사 장성택이라도 용납하지 않는 게 북한체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장성택의 숙청 근거는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반국가·반인민적 경제매국행위 ▷자본주의적 부정부패행위 ▷반인륜적 배신행위 등으로 요약된다.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란 장 부위원장이 자신을 추종하는 분파를 만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과 당의 영도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陽奉陰違·앞에서는 받드는 척 하지만 뒤로는 다른 행동을 함)하는 종파적 행위"라며 그를 앞뒤가 다른 인물로 묘사했다.
또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이 김 제1위원장의 명령에 불복했으며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집행하는 데도 태만하거나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작년 12월 장거리로켓 발사와 지난 4∼5월 개성공단 폐쇄과정에서 군부의 조치에 반대입장을 밝혀 충돌했을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을 뒷받침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성택이 김정은의 핵무력·경제건설 병진정책을 반대하자 이를 반당·반혁명 행위로 몰아붙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매국행위'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장 부위원장이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고 밝혔다. 통신은 "국가재정관리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 부위원장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지하자원을 헐값에 파는 등 과도한 이권을 넘겼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번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자문제 등 타락한 사생활까지 언급했다. 통신은 "장성택은 권력을 남용하여 부정부패행위를 일삼고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고급식당의 뒤골방들에서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였다"며 "마약을 쓰고 당의 배려로 다른 나라에 병 치료를 가 있는 기간에는 외화를 탕진하며 도박장까지 찾아다니었다"고 비난했다. 이는 장 부위원장은 물론 다른 간부들에게 자본주의에 탐닉해 방탕한 생활을 즐긴 최후를 보여주는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