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놓고 여야는 28일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극적인 하루를 보냈다.
새누리당이 치밀하고 일사불란한 작전 수행으로 목표를 100% 달성한 반면, 민주당은 비장의 카드로 마련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무산되면서 힘도 써보지 못한 채 물러서야 했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새누리당 단독으로 개최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자 양당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오전 의총에서 "오늘 오후에는 한 분도 빠짐없이 회의장에 반드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며 전원 참석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전날 저녁부터 원내부대표단을 가동해 소속 의원 전원에게 연락을 돌리면서 참석 여부를 체크하기도 했다.
점심시간 직후 열린 의총에서도 새누리당은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대비해 마지막으로 인원을 점검한 뒤 이탈표 방지를 당부했다.
민주당도 오전 9시30분께 의총을 열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협의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이 문제를 일방통행하겠다고 하지만 법률적 해석을 검토한 결과 국회의장은 부의권만 있을 뿐이지 상정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 원내대표와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대표단은 의총을 마치고 강창희 국회의장을 방문해 여야 합의 전까지 황 후보자 인준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강행 처리 조짐이 감지되자 민주당은 오후 의총을 통해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함으로써 임명동의안 표결을 원천봉쇄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3시께 본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강 의장이 "무제한 토론 요구가 제출됐지만 인사에 대해 토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민주당 요청을 거부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전 원내대표와 정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장석 앞으로 나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강 의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 사이 민주당 의원들은 하나 둘 일어나 회의장에서 빠져나갔고, 일부 의원들은 회의장에 남아 표결 진행을 지켜보면서 "날치기다 날치기", "19대 국회 최초의 날치기",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거다", "이건 불신 국회다"라며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서영교 의원은 "꼭두각시 새누리당, 불통 대통령이다. 청와대가 시켰어요"라고 했고, 은수미 의원은 "유신국회 시작하는 건가. 이제 국회 해산시킬 거니까 법을 지키라"면서 한동안 항의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회의장에 남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투표지를 받아놓은 뒤 "아직 투표가 안 끝났다"고 외치며 표결 절차 방해를 시도했지만, 강 의장의 강행으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의원들도 당론에 따라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를 거부해 이날 표결은 일부 무소속 의원이 참여했지만 새누리당 '그들만의 투표'가 됐다. 이날 독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자리에 남아 투표에 참여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 함께 상정된 2012 회계연도 결산안을 빌미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토론이 불가능한 인사안을 먼저 상정하는 전략을 수립, 임명동의안 가결에 성공했다면서 들뜬 분위기였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가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야당이 몸싸움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모처럼 국회선진화법의 도움을 받았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본회의 퇴장 직후 세 번째 의총을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 대한 성토가 빗발치는 등 자중지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