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두 달여만의 회동이 결국 무산, 여야의 극한 대치국면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도 무위로 끝났다.

청와대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 오찬에 민주당 대표이자 한·러 의원친선협회장 자격으로 김한길 대표를 초청했지만 김 대표는 12일 불참방침을 통보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미리 잡힌 다른 일정이 있어 김 대표가 고심 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한·러의원친선협회 부회장인 박기춘 사무총장이 대신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러 의원친선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 대표께서 정상오찬에 참석해 주셨으면 양국 간 공감대를 넓히고 국익외교에도 도움이 될 텐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약'을 초청거절 이유로 내세웠지만, 지난 9월 16일 이뤄졌던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동 이후 쌓인 앙금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과와 특검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항의의 표시란 해석도 있다.

아울러 18일 박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에 대한 압박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국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특검 등 수긍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뜻을 오찬 불참을 통해 드러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