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송경근 부장판사)는7일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48) 씨 등 4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당시 대리투표에 가담한 수백 명을 대상으로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정당의 당내 경선에서 직접투표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당시 통합진보당이 대리투표의 가능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와 달리 당내 경선에 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직접투표의 원칙이 규정돼 있지 않고, 오히려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의 당헌·당규에도 반드시 직접투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재판부는 "통합진보당의 경선 업무 담당자들이 위임에 의해 이뤄지는 대리투표를 감수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 씨 등이 조직적으로 대리투표를 하지는 않은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부분 직장동료나 부부 등 일정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들이고 위임받은 표도 최대 4표"라며 "위임에 의한 통상적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일부 피고인은 부탁이 없었는데도 위임받은 것처럼 속이거나 위임 내용과 다르게 투표한 정황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공소장을 변경해야만 심판의 대상이 된다"며 이들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 등은 지난해 3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전자투표 과정에서 당원으로 등록된 지인 가족 친구에게서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받아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