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시에서 넘겨받은 동래역 광역복합환승센터 민간투자사업 동의안을 두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구체적 사업 내용의 타당성 여부도 문제지만 시가 충분한 검토 없이 민감한 사안을 시의회에 성급하게 떠넘긴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번 회기에서 동래역 광역복합환승센터 동의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5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동래역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 동의안을 시로부터 제출받아 해당 상임위인 창조도시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막바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는 앞서 민간사업자인 KT-동래역사개발컨소시엄과 체결한 동래역 복합환승센터 실시협약(안)이 특혜 소지가 있다는 여론의 지적에 따라 새로운 협약안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히던 '민간사업자 잘못으로 협약이 파기돼도 투자금 대부분을 세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는 대신 '상업시설을 제외한 공공시설에 대해서만 투자금을 돌려준다'고 수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래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검토한 의원들 사이에서 적잖은 부정적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창조도시위원회 소속 A 의원은 "동래역 복합환승센터는 사업비가 3200억 원이나 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그런데 시에서는 사전에 제대로 된 협의 한 번 없이 불과 열흘 전에 동의안을 넘겼으니 제대로 된 검토가 되겠나"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시가 애초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에 문제가 드러나자 재협상을 해서 일부 바로잡았다는 내용도 언론을 통해 알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부산교통공사가 추진하던 사업에 시가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B 의원은 "집행부 실무 직원이 '일단 의회가 동의해주면 민간사업자와 구체적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하더라"며 "시가 책임감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적당히 동의를 구한 후에 나중에 문제가 되면 부담을 의회에 돌리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사업내용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C 의원은 "재협상을 통해 민간사업자 잘못으로 협약이 해지되면 상업시설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공공시설과 상업시설의 명확한 구분도 없고 상업시설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창조도시교통위원회 이산하 위원장은 "역사는 주요 교통시설로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하루라도 놀릴 수 없는 시설인데 충분한 대비가 있는지 의문이다. 공식 심의를 해봐야 하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동의안 통과를 주장하는 의원은 9명의 상임위 의원 가운데 해당 지역 의원인 박중묵 의원이 유일하다. 박 의원은 "일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빨리 사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는 의원들 사이에 일부 오해가 있지만 심의에서 최대한 설득해 동의안 통과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설령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본회의 난관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와 KT-동래역사개발 컨소시엄 간의 동래역 복합환승센터 실시협약(안) 동의안은 6일 상임위에서 심의될 예정이며, 8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