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개성공단 입주업체 잔류 인원의 전원 철수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판문점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연합뉴스

- 남북 强 대 强 상황 악화일로
- 정경분리 원칙 최대 위기
- 최악땐 제2 금강산 가능성

- 한미 군사훈련 이달말 종료
- 북 국방위 정책국 대화 여지
- 전문가 "북에 명분 줄 필요"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남측 인원 철수 결정으로 개성공단은 '무인지대'로 변하게 됐다. 북한에 대한 압박차원을 넘어선 철수 결정으로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 상태인 '제2의 금강산 사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남북이 아직 '폐쇄'라는 직접적인 발언을 삼가는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는 의지도 보여 미약하나마 협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 '강 대 강' 대치 탓

지난 8일 북측 근로자 철수로 개성공단 가동이 사상 처음으로 멈춘 이래, 현지 공장 관리를 위해 남아 있던 남측 체류 인원 176명(중국국적자 1명 포함)도 26일 철수한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개성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6·15 공동성명의 결실로 맺어진 개성공단이 회생불능의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소한 소동은 있었지만 지난 13년간 남북 대치상황에서도 '정경분리'라는 대원칙 하에 정상가동됐던 개성공단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개성공단 인질구출' 발언을 이유로 개성공단에 대한 선제적 가동중단 조치를 취했고 이에 대해 정부당국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대결국면을 조성했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은 이날 담화에서 "이명박 역도의 극악무도한 5·24 대북조치도 감히 개성공업지구만은 어쩌지 못했다"면서 남측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대한민국 정부 성명'에서도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통행을 차단하고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킴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운영돼온 개성공단 가동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북 당국의 강경파들은 개성공단을 불필요한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데다 이번 주말 남측 인원마저 철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개성공단의 전기와 물 공급은 끊긴다. 현재 개성공단은 남측에서 한국전력이 전기를 송전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현지의 물을 정수해 개성공단과 개성시내로 공급한다.

■전격적인 대화재개 가능성도

하지만 남북 당국 어느 한쪽도 먼저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제2대 수령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훈사업인 개성공단을 그의 아들인 김정은이 먼저 없애고 나설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북측은 이날 국방위 정책국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는 6·15통일시대의 고귀한 전취물이다. 우리는 괴뢰패당이 극우보수정객과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못되게 놀아댈 때에도 남측 인원에 대한 강제추방과 개성공업지구의 완전폐쇄와 같은 중대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면서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일단 공단을 잠정적으로 가동중단한 상태지만 우리 정부가 명분을 준다면 앞으로 지속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한미 독수리연합 훈련이 이달 말 끝나면 냉각기를 거친 다음 개성공단의 정상화도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성명은 초강경 메시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26일 '대한민국 정부 성명'에 "정부는 입주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지원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는 데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아닌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에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부담은 남북 모두에게 상당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