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사태 북한 책임 부각
- 대화 통한 정상화 '마지막 촉구'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타격

정부가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국민 전원을 철수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은 26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긴급소집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다. 박 대통령이 강경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편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 북한의 우리 정부 '길들이기' 시도를 차단한다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이겠지만 무작정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면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면서 "이 문제를 논의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정식으로 대화 제의까지 했는데 (북한이) 이마저도 거부했다"면서 "북한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식료품이라든가 의약품 같은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좀 해달라고 했지만 그것마저 거부하면서 입주업체들이나 국민들, 가족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통일부가 전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하고 '거부 시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 국방위가 실무회담 제의를 '우롱'이라고 비난하면서 "남조선 괴뢰패당이 사태의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직후 열렸다.

그러나 이날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공단 폐쇄' 등의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된 데 대한 북한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동시에 북한에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마지막 출구'를 열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돼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암초에 걸리게 됐다.

이날 회의에는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측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정부 측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남재준 국정원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