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적인 '매칭'이 문제
- 올해 복지추경 3000억도
- 지방정부 공동부담 전제
- 보육비 국고비율 상향 등
- 지역 요구 계속 묵살돼
# 지방세원 확보 개혁을
- 국세 감면땐 지방세도 연동
- 5년간 32조7000억 세수 줄어
- 세원 발굴위해 법 개정 필요
- 선심성 사업이나 감세 등 지역 간 출혈경쟁 피해야
지방정부의 곳간을 털어 급증하는 복지비를 댈 것이 아니라 복지를 확대한 중앙정부가 원칙적으로 복지재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지비 부담으로 지방정부가 재정위기에 빠진 이유는 중앙·지방정부가 복지비용을 분담하는 '매칭형 국고보조사업' 탓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KILF)은 단기적으로 중앙정부의 분담비율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국가재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재원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지방정부의 자체재원 확충과 지출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국가 재원 지방이양이 해법
중앙정부는 올해 늘어난 복지재원 3000억 원을 추경으로 편성했지만, 지방정부는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17일 "시와 구·군도 늘어난 복지예산을 추경을 통해 반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자치단체의 예산이라는 게 워낙 빠듯해서 힘겹다"고 말했다.
복지비에 대한 매칭형 국고보조율 체계는 지방정부의 부담능력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치구에서 추가 부담능력이 소진됐다는 것이 KILF의 분석이다. 따라서 지방복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영유아보육사업의 국가보조율 인상을 통해 지방의 재정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영유아 보육비의 국고부담 비율을 현행 50%에서 70%(서울 20%→40%)로 올리는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4대 지방협의체의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이다.(본지 4월 17일자 2면 보도) 이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복지수요가 많은 특별·광역시의 자치구 상당수가 양육수당 지급을 중단해야 할 처지라고 KILF는 분석했다.
하능식 KILF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의 정책결정에 의해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복지비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100% 부담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세를 확충하는 중앙·지방정부 간 재정관계 전반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자체재원 확충 노력을
지방세입은 보통 순수 지방세수, 세외수입, 국고보조가 3분의 1정도씩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정책적 목표를 위해 국세를 감면하면 지방세수도 동시에 감소된다. 예를 들어 국세인 부가세를 감면하면 부가세의 5%인 지방소비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깎인 지방정부 수입이 2008년 이후 5년간 32조7000억 원이었다. 또 정부가 부동산대책으로 취득세 등 지방세를 감면해도 지방정부의 수입은 준다. 이에 따른 지방세입 감소도 지난 5년간 40조3000억 원에 달했다.
새 정부가 2017년까지 국세와 지방세 감면율을 10%만 줄여도 지방정부는 54조 원의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KILF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가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거나 과세표준액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세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시도지사협의회 등이 지방세에 대한 세율을 공동조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지방정부가 조례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8개 세목 13개 항목이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주민반발을 의식, 세율 인상을 꺼리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균등분 주민세의 경우 1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167개 지방정부(도·자치구 제외) 가운데 1만원으로 정한 경우는 5개 뿐이고, 2000원을 부과하는 곳도 상당수 있어 지방정부가 공동조정 방식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병규 KILF 원장은 "지방정부가 선심성 사업을 줄이는 등 세출구조 개혁을 해야 중앙정부에 대한 재원이전 요구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며 "복지재정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 파탄을 피하려면 지방정부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