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한 특별사면을 강행한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유전무죄'를 거론하며 정면 비판하고 나서면서 신구 정권의 충돌이 현실화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즉석 안건으로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당시 박 전 의장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친박근혜계인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 야권에서는 우제창 서갑원 전 의원이 포함된 특사안을 처리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면서 "이번 사면도 그러한 원칙에 입각해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에서 가진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법 적용이 공정해야 한다"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를 확립하고 사회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쌓아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법 적용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거나 억울하게 나만 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은 "이번 특별사면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문을 연 뒤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고, 이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며 "이번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정말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며 이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특사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