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사회통합'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이뤄졌지만 내용을 보면 결국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임기를 한달도 남겨놓지 않고 단행한 특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 다음 정권을 이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조차 반대했지만 이 대통령은 "고유 권한"이라며 굴하지 않았다.

사회통합보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형평성에 어긋날 뿐아니라 사법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반대여론이 더 크다. 죄질로 봤을때도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 전 위원장은 복합물류시설인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천 전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47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고 2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32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후원회장 출신인 천 전 회장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이명박 대선캠프 '6인회 멤버'의 한 사람으로 역시 이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던 정치인이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봉투를 뿌린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번에 면죄부를 받았다.

이밖에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효재 전 정무수석, 김연광 전 정무1비서관 등도 사면에 포함됐다.

말도 많고 탈도 않았던 임기말 특사는 그 뿌리가 깊다.

199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단행한 특사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씨와 처남 이창석씨를 비롯한 5공 비리 관련자 19명이 포함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7년 전두환, 노태우 등 2명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임기말 특사를 단행했다. 전, 노 전 대통령은 12.12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 및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구속 수감됐었다.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과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도 특사로 석방되거나 잔형집행을 면제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말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김선홍 전 기아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거물급 경제인을 대거 사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00년 광복절 특사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복권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특사엔 김대중 정부 인사, 노 전 대통령 측 인사, 이 대통령의 측근이 두루 포함됐다.

김대중 정부 인사로는 신건·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의원,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신승남 검찰총장 등이 포함됐다. 노 전 대통령 측근으로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포함됐다.

한편, 법무부는 전두환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58차례에 걸쳐 17만4187명을 대상으로 특사가 집행됐다고 밝혔다. 김영삼 정부는 9차례, 김대중 정부 8차례, 노무현 정부는 8차례 사면이 이뤄졌고, 이명박 정부도 6차례 사면 결정을 내렸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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