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지방분권 정책 수립과 국정 주요과제 채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곽재훈기자 kwakjh@kookje.co.kr

- 가장 시급한 의제로는
- '지방재정제도 개혁' 꼽아
- 가장 잘 수행한 정부는
- '노무현 정부' 52% 응답

- "인수위 전담기구 없어 실망"
- 시민단체들도 불만 표명

부산시의회 의원들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원인으로 '대통령과 중앙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를 꼽았다. 지방분권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지방재정제도 개혁을 지목했다. 지방의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유급 정책보좌관제 신설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국제신문이 25~27일 부산시의원 53명 중 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중앙정부 기득권 내려놔야"

지방분권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의제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지방재정제도 개혁'(63.5%)과 '지방의회 조직·인사권 독립'(48.1%)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지방분권 법제의 정비(26.9%) ▷기관위임사무 폐지와 권한 지방 이양(25.0%) ▷자치입법권 강화(21.2%) ▷지방교육자치제 확립(13.5%)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 이관(1.8%) 순이었다.

그동안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묻자 '대통령·중앙정부의 기득권 유지 및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 부족'(53.8%)과 '중앙 정치권(국회의원 포함)의 의지 부족'(46.2%)이 압도적이었다. 중앙정부와 국회를 지방분권의 걸림돌로 지목한 것이다.

한 부산시의원은 "중앙정부는 막강한 예산과 인사권을 무기로 여전히 지방정부를 통제하고 있다. 대다수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공무원 인건비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세 개혁과 재정분권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국회의원-지방의원의 종속 관계를 없애려면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단체장·지방의원 공천제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의회 내부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88.5%가 유급 정책 보좌관제 도입을 꼽았다. 지금은 국회의원만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 받는 보좌관을 둘 수 있다.

부산시의원 절반 이상(52%)은 역대 정부 중 노무현 정부가 지방분권 정책을 가장 잘 수행했다고 응답했다. 그 뒤를 ▷이명박 정부 9.7% ▷박정희·전두환·김대중 정부 3.8% ▷김영삼 정부 1.9%가 이었다. 하지만 25%인 13명의 의원은 지금까지 제대로 지방분권 정책을 추진한 정부가 없다고 했다.

■"인수위 분권의지 약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2.3%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인수위는 지방분권 전담 기구를 두지 않는 등 기존 정부에 비해 개선되는 면을 보이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정권 초기부터 강력한 분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쉽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인수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방분권 전국연대는 지난 24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인수위에 지방분권 논의 구조가 없다. 정부조직 개편안에서도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할 기구가 빠져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박재율 공동대표는 "지난 대선 때 박 당선인에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11대 정책의제를 전달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 이달 초 인수위에 정책간담회를 하자고 제의했으나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부산대 황한식 교수가 이끄는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도 지난 21일 국회에서 '지방분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인수위를 방문해 이승종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인수위원과 배준구 정무분과 전문위원을 면담했다. 당시 이 위원은 "인수위가 아직 지방분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논의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분권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도 지난 23일 "안전행정부의 명칭에 '자치'를 넣어 분권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보여달라"고 인수위에 공식 건의했다.


# "부산시의원 도울 유급보좌관 1~2명 필요"

■ 가장 뜨거운 관심사

- 국회의원의 20% 규모 예산 감시
- 다른 의회는 보좌관 편법 채용

요즘 전국 지방의회의 뜨거운 관심사는 '유급보좌관제' 도입 여부다. 부산시의원들은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행정안전부는 세금으로 지방의원 보좌관 인건비를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유급보좌관을 요구하는 근거는 국회의원과의 형평성 차원이다. 국회의원은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받는 보좌관 9명을 둘 수 있다. 인턴 2명 고용도 가능하다. 행정부의 살림살이를 잘 감시하라고 입법부에 주는 일종의 '특혜'이다. 올해 정부 예산이 342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1인당 평균 1조1400억 원을 감시하는 셈이다.

광역의원도 지방정부의 예산 감시기능을 수행한다. 올해 부산시·부산시교육청 예산은 총 11조5822억 원 규모다. 부산시의원 53명이 1인당 평균 2185억 원을 다루는 셈. "국회의원이 다루는 예산의 20% 정도를 광역의원이 담당하는 만큼 유급 보좌관도 1~2명 둬야 한다"는 것이 부산시의원들의 주장이다. 한 의원은 "연봉 3000만 원대의 지방계약직 나급(6급 상당) 보좌관을 두면 지방정부의 사업을 꼼꼼히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낭비성 예산을 잡아낼 수 있다. 올바른 정책 생산으로 시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부산시의원 중 10명은 사비를 털어 보좌관을 채용하고 있다. 8년째 보좌관을 두고 있는 3선의 이해동(연제2) 부의장은 "초선 때 보좌관 없이 일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보좌관을 둔 지금과 비교하면 의정활동의 질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1년 7월부터 12월까지 부산시의회가 29명의 청년인턴 보좌관을 채용한 결과 의원발의 조례 건수는 40건으로 2009년(10건)과 2010(12건)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배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경쟁자인 광역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유급 보좌관제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대법원은 최근 지방의회의 유급 보좌관제 운영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지방의회도 맞대응에 나섰다. 경기도의회는 올해 경기개발연구원 의정지원센터 신설·운영 예산으로 17억7000만원을 임의 증액했다. 의원들을 도울 직원 24명을 선발하겠다는 것으로 '편법 보좌관제' 운영과 다름없다. 부산·서울시의회도 유급보좌관 도입을 위해 새 정부와 국회에 지방자치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 "지방의회 사무직 인사권 독립을"

■ 김석조 의장협의회장

- "지방공기업 사장 검증, 인사청문회 도입 필요"

김석조(부산시의회 의장·사진)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의 인사권 독립'과 '지방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지난 25일 부산 해운대 씨클라우드호텔에서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회장 손균근)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를 포함한 지방의회 발전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지방자치단체에 종속돼 결과적으로 지방의회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지방의회 사무직에 대한 임명권을 지방의회 의장이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을 규정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근거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무처 직원의 임용 등에 관한 조례'를 거론하며 "지방의회 사무직 직렬의 신설과 사무직원의 광역 단위 순환보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방공기업 부실 원인의 하나인 자치단체장의 낙하산 인사를 막고, 최고경영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방공기업은 2011년 말 현재 379개이며, 인력은 6만4935명, 예산 규모는 지방자치단체 전체 예산의 25.4%인 47조 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지방의회의 부실한 예산 심의 방지와 의정활동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광역의회 입법 보좌관제 도입과 지방의회 전문위원제 확충이 시급하다"며 "인수위를 찾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지방의회 발전 방안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 및 기득권 지키기 53.8% 중앙 정치권(국회의원)의 의지 부족 및 기득권 지키기 46.2%

지방분권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  의제는(복수 응답) 지방재정제도 개혁  63.5% 지방의회 조직·인사권 독립 48.1% 지방분권 관련 법제의 정비 26.9% 기관위임사무 폐지와 권한 지방 이양 25% 자치입법권 강화 21.2% 지방교육자치제 확립 13.5%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 이관 1.8%

지방의회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유급 정책보좌관제 신설  88.5% 지방의회 공무원 선발권 및  인사권 독립 5.8% 기타  5.8% ※부산시의원 53명 중 52명(1명은 연락 안 됨) 대상 설문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