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핵심 의혹은 크게 세 가지였다
헌법재판소 규정대로 특정업무경비를 사용했는지, 높은 등급의 항공권을 발권한 뒤 낮은 등급으로 바꿔 차액을 챙기는 소위 '항공권 깡'을 했는지, 해외출장에 부인을 동반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그것이다.
이 후보자는 각각의 질문에 대해 "용도대로 사용했다", "항공권 깡을 하지 않았다", "부인이 비서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답하는 등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즉답을 피해갔다.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21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자의 계좌에 6년 동안 매월 특정업무경비 300만~500만원이 입금됐으며, 이 후보자가 이를 개인보험료와 개인차량 폐차 등에 지출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공무원 생활 40년 동안 부정한 돈 받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고, 통장도 다 제출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청문회 후반부에 이를수록 명쾌한 답변 없이 "용도대로 사용했다"는 해명만 되풀이했다.
급기야는 강기정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사용내역에 관한 소명을 요구했지만, 이 후보자는 "이런저런 용도로 썼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에서 관리하는 걸로 안다"며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증빙을 하지 않은 것이 '횡령'에 해당한다는 민주당 최재천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사무처에서 (영수증 처리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횡령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른바 '항공권 깡' 의혹과 부인 동반 해외출장 사실을 놓고도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항공권 차액으로 412만 4천원을 받아갔는데, 비즈니스석으로 바꾸려면 당연히 사비를 보탰어야 한다"고 추궁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도 "2008년 워싱턴에 갈 때 1등석으로 결제한 뒤 비즈니스석으로 낮춰 후보자가 차액을 가져갔고, 2009년 독일에 갈 때도 이코노미석으로 보내줬는데 비즈니석으로 간 것으로 나와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항공권 깡'과 관련한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에게는 비즈니스 항공요금만 지급하도록 돼 있다", "내가 바꿔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는 등의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 후보자가 해외 출장시 부인을 동반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예산이 열악하다보니 연구관을 동행하는 수도 있는데 저처럼 안 한 경우도 있다. 부인이 비서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답해 물의를 빚었다.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비서관 역할을 안 하는 수도 있다는 건데 왜 동행하느냐"고 추궁을 계속하자 이 후보자는 "관례였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선 사과드린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부인의 여행경비를 출장비용으로 충당했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답변을 계속 회피하다가 "그건 뭐 양해해달라. 100%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이 후보자는 셋째 딸의 삼성물산 특혜 채용 의혹, 장남 명의 예금에 대한 증여세 탈루 정황,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대부분 관련 의혹을 부인하거나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경기도 분당아파트 위장전입 사실과 홀짝제를 피하기 위해 관용차를 두 대 사용한 점, 정치후원금 납부 사실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내린 판결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친일재산 환수와 일본군 위안부의 배상청구가 일부 위헌이라는 반대 의견을 냈던 데 대해 "저의 진의가 위안부 할머니나 애국자에게 잘못 전달된 부분은 유감이다. 절대 친일이나 위안부 아픔을 모르는 재판관은 아니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1·2·9호의 헌법소원 사건의 선고를 일부러 미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는데 평의에는 못 넣고, 떠나기 전에 완성해서 평의에 올려놨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5·16 쿠데타가 '군사반란'인지 '혁명'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씀드리기 그렇다"고 답했다가 "5·16 쿠데타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지금도) 그건 바뀔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항공권 깡 의혹 등과 관련한 증거자료를 부실 또는 늑장 제출해 인사청문특위 위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위 기사의 모든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노컷뉴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