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통합진보당 이정희, 민주통합당 문재인(왼쪽부터) 대선 후보가 10일 밤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2차 TV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인신공격성 발언 상당히 줄어
- 주제 동떨어진 질문답변 여전
- 李 공세 수위 1차보다 낮아져
- 朴 "지하경제 활성화" 말실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10일 개최한 2차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는 지난 4일 열렸던 1차 토론보다 인신공격성 발언이 상당히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주제와 동떨어진 질문과 답변은 여전했다. 사회자도 토론 초반에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다가 후반부에는 "답변 시간을 엄수하겠다. 토론 주제에 집중해 달라"고 경고했다. 토론 방식은 상당히 개선됐다. 1차 토론에선 재질문-재반박을 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2차 토론에선 자유토론 시간에 재반박이 수차례 이뤄졌다.

1차 토론에서 원맨쇼를 펼쳤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노동자 농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색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토론이 열린 서울 여의도 KBS에 먼저 도착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박 후보는 취재진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토론 준비가 충분했던 탓인지 가벼운 미소를 던지기도 했다. 문 후보는 "열심히 해야지요, 잘할 수 있겠죠"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필기구는 1차 토론과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는 연필로 상대의 질문 내용을 꼼꼼히 적었고, 문 후보는 검정색 수성펜으로 정리하며 상대 후보의 논리 파악에 힘썼다. 박 후보는 답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짓을 활용해 전달력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는 1차 토론에서 옆 얼굴만 나갔다는 지적에 따라 카메라와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박 후보는 이정희 후보가 최저임금을 물어보자 "스무고개 넘듯 모르면 골려주는 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고 반격했다. 또 문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실정에 따른 박 후보 책임을 물을 때마다 "야당이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박근혜가 답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가"라며 공박했다. 문 후보는 박·이 후보의 설전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였다.

○…박 후보의 말실수가 이번에도 도마에 올랐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질문에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쓸 수 있는 재량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하경제 활성화 등 방안으로 매년 27조 원씩 5년간 135조 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세금을 탈루하는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뜻이어서 박 후보의 말실수로 보인다. 박 후보는 1차 토론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김석기 이재연 의원"이라고 말해 이 후보로부터 정확하게 알고 말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2차 토론과 관련한 다양한 우스갯소리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박근혜 답변은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이정희 후보가 질문하면 동문서답으로 시간끌기, 문재인 후보가 질문하면 노무현 정부 탓으로 시간끌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오늘 토론은 기승전결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는 기승전노무현, 이정희 후보는 기승전삼성, 문재인 후보는 기승전이명박근혜"라고 했다.

토론이 끝날 무렵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는 박 후보와 이 후보가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박근혜 세금'이었다. 박 후보가 6억 원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뒤 세금을 냈느냐는 이 후보의 질문에 따른 것이다. 2위는 '이정희 27억'이었다. 이는 통합진보당에 정당지원금 27억 원이 지원됐는데 이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 세금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박 후보의 질문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