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언론사 실명 확인 통보
- "게으른 국회탓 법 적용 불가피"
- 선거운동 개시전 개정 불투명
"인터넷 실명제 폐기된 것 아니었습니까."
"정보통신법만 그렇습니다. 공직선거법의 실명제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요즘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이런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유권자의 질문은 "지난 8월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으니 올해 대선 기간에는 익명 댓글을 달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법에 규정된 인터넷 실명제만 위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다른 법률에 명시된 실명제는 멀쩡히 살아 있다. 공직선거법(82조의 6) 역시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의 홈페이지 게시판·대화방에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과 동영상을 게시할 때에는 실명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헌재의 위헌 결정과 상관없이 선거운동 기간 정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려면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 '게으름' 탓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8월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가 반영되려면 선거에 관한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칼자루를 쥔 국회는 안건 심의를 미루고 있다.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위도 19대 국회에서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4일 국제신문을 비롯한 전국의 언론사에 '대선 기간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국회가 개정안을 만들지 않으니 현재 선거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국회가 대선 선거운동 개시일(오는 11월 27일)까지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골치 아픈 상황도 우려된다. 일반 기사 댓글은 실명 인증이 필요 없고 선거 관련 기사 댓글만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용자 편익은 물론 기술적인 조처도 어렵기 때문이다. 비정치 기사에 익명으로 정치 관련 댓글을 쓰는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 실명제의 불완전한 폐지가 부른 부작용인 셈이다.
중앙선관위 측은 "현재 공직선거법의 실명제에 대한 위헌 소송도 제기된 것으로 안다. 대선 기간 전까지 판결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부산의 한 국회의원은 "대선 정국에 선거법 개정은 뒤로 밀린 상태다. 실명제 폐지로 악성 댓글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수 언론의 여론몰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