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지역 대학들의 위기를 타개할 각 대선 후보들의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부산대 인문관, 부경대 본관, 경상대 도서관. 국제신문DB

- 수능 상위권 '인 서울' 경향
- 부산지역 대학 졸업자들도
- 일자리 찾아 탈부산 가속화

- 교과부, 대학구조개혁 지표
- 재학생충원·취업률 등 불리
- "자구노력해도 심각한 위기"

- "비수도권 대학 특성화 등
- 불균형 해소 방안 채택을"

"'인(in) 서울 현상'이 심해지고 있느냐, 완화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부산시교육청 주요 관계자, 진학정보가 모이는 공교육기관인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일선 고교 교장에게서 모두 "더 심해지고 있다"는 답이 왔다. '인 서울 현상'은 대입 수험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만 진학하려는 경향을 일컫는 말로 통한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김영원 진학지도팀장은 "'인 서울 현상'은 예전엔 어느 정도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에게 해당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위권 학생들까지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하면 경기도의 대학에라도 진학하고 보려는 성향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인 서울'은 완화되기는커녕 '인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왜 이럴까. 경상대 백종국(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산하 국립대발전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이끄는 위원회는 지난 8월 '국립대발전방안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지역 대학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자.

■'인 서울' 왜 더 강해졌나

백 교수는 보고서를 인용하며 "2000년대 초반을 기준으로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이 인구의 47.2%, 사업체의 45.6%, 기업부설연구소의 72.6%, 30대 기업 본사의 88.5%, 지역내총생산의 47.7%, 금융거래 비중의 70.4%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2000년대 초반의 지표지만, 이 같은 한국의 지리적 양극화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자료는 아직 찾기 힘들다.

주요한 경제영역에서 '한국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의 차지이고 이는 고등교육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보고서는 이어 "수도권은 대학의 38.4%, 입학정원의 34.8%(2009년)을 차지하는데 수능성적상위 4% 학생의 68.8%,(2003년),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 논문발표 상위 5개교의 100%를 갖고 있다. 문화단체의 59.6%와 문화매출액의 84.5%도 수도권에 쏠려 있어 한국의 젊은이를 빨아들인다. '지방'이 배겨내기 힘든 구조는 견고하다.

현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지방대학·전문대학발전위원장으로 활동한 부경대 류장수(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핵심은 일자리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가 이끈 부산고용포럼(상임대표 경성대 김종한 교수) 소속 연구팀은 지난 7월 발표한 '부산지역 청년층 역외유출 현황 및 특성분석' 보고서에서 현행 경제구조에서 부산의 인재들이 어떻게 수도권 등지로 유출되는지 상세히 분석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대학(전문대+4년제대학) 졸업자 가운데 부산에 있는 일터에 취업한 비중은 63%, 수도권 취업은 12.2%였다. 그런데 이를 4년제대학 졸업자만을 대상으로 살피면 부산 취업이 57.8%, 수도권 취업이 16%다. 다시 한 번 이를 부산지역 4년제 국·공립대 졸업자로 한정하면 부산 취업 49.1%, 수도권 취업 22%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학입학성적이 국·공립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해 지역 인재의 유출이 가속화된다는 것이 류 교수팀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부산은 인재 유출로 인해 전체적으로 1년에 2조7248억 원 대의 손실액을 기록하며 이 가운데 대 수도권 적자가 1조5780억 원으로 57.9%를 차지한다"고 계산했다.

■대학 구조개혁, 지역 대학이 불리

바로 여기에서 지역대학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사태가 일어난다. 현재 교과부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2018학년도가 되면 고교졸업생 숫자가 대입 정원보다 적어진다"는 추산을 토대로 전국 대학에 적극적인 구조개혁과 자구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동아대 황규홍 대외협력처장은 "그런데 일자리·정보·문화여건 면에서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교과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취업률 등 동일한 지표와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며 "동아대 원광대 조선대 영남대 등 학생 숫자가 많은 지역의 사립대는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취업률 목표 달성이 구조적으로 더 어렵다"고 밝혔다.

동의대 이종극 기획처장은 "일자리 절반이 수도권에 몰린 사회구조에서 지역 대학들은 교과부의 주요 지표인 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 등에서 출발부터 불리하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고정시키거나 줄이는 등의 정책적 접근이 없으면 아무리 자구노력을 해도 지역 대학들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 이대로 두면 다 죽는다"고 우려했다. 이 처장은 "게다가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학령인구 감소추세가 더 빠르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을 지금부터라도 개선하지 않으면 지역 대학들은 크게 위축되거나 고사하고, 수도권은 더욱 파괴적인 경쟁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비수도권의 젊은층은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하며 열패감에 빠지고 지역 또한 활력을 잃을 것이다. 막상 수도권 등지로 간다 해도 치열한 경쟁에 치여 탈락할 확률은 높아진다. 백종국 교수는 "결국 공동체가 깨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달리 표현하면, 나라가 찢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제도적 접근이 먼저다"

해결책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정책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대학 자체의 '특성화'를 대안으로 꼽았다. "현재 기업체의 지역인재할당제가 어느 정도 틀을 갖춰가고 있다. 이를 더욱 세밀하게 다듬고 적극적으로 정착시키는 노력을 지역이 해야 한다"(류장수 교수) "지역공무원할당제 등 가시적 제도 시행과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는 정책"(황규홍 처장) "수도권 대학의 정원 고정이나 축소 등 제도적 접근과 대학평가지표 개선" 등이다.

한마디로 현재와 같은 심한 불균형 상태를 시장에만 맡기거나 그대로 둬서는 해결될 수가 없고, 정부가 정책적·제도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위기에 내몰린 지역 대학을 육성하는 문제가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와 극적으로 만난다. 대통령은 정책적·제도적 개입을 통한 현실 개선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우선 정책·제도적 개입을 대안으로 요청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답변은 무엇일까?


# 지역대학의 책임은- 사회변화에 주도적 대처 미흡

- 대학들 자체 구조개혁 착수
- 정부·지자체 노력 병행돼야

현재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의 상황은 복잡한 면이 있다. 한국사회의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와 비대화 현상에 치여 현재의 위기로 내몰린 측면이 크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간 커다란 사회적 환경변화가 예견됐음에도 이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대학들 자체의 잘못도 있기 때문이다.

부경대 류장수(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지방 부문과 지역균형발전 쪽에 관심이 덜한 상태여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지만 지역 대학들이 좀 더 주체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의 노력과 대학 자체의 대책이 수레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재 부산지역 대학들 상당수는 자체적인 구조개혁에 착수한 상태다. 부산대는 현재 외부기관에 의뢰해 구조조정 컨설팅 용역을 진행 중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전문기관에 대학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부산대는 내년 2월께 컨설팅용역 결과가 나오면 교육과정과 체제, 대학운영방식 등에 대한 개선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동아대 측도 "현재 대학 전반의 구조개선과 특성화를 위해 자체 기획위원단을 조직해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동아대의 구조개선 작업은 교양과정 등에 실용적 과목을 강화하고 학과 편제 등도 시대변화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경성대는 학과를 평가하는 지표와 틀을 새로 확립해 현재의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지난 몇 달 동안 진행해왔다. 동의대 또한 "학과 등 현재의 대학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대학의 구조개혁 필요성이 커지면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