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후보 입장 '미지근'

- 문 후보, 적극적인 의지 피력
- 박·안 후보는 공식 언급 없어

# 국가적 의제로 내세워야

- "떼쓴다" 부정적 프레임 극복
- "반드시 필요한 조직" 설득을

- 육상比 개발 비효율 지적엔
- "해양영토·자원 등 개발 무한"
- 전문가들 성장 동력원 강조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육상 정부'였다. 대운하를 핑계로 1996년 탄생한 해양수산부를 12년만에 없애 버렸다. 정부 조직은 이처럼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 과정을 통해 통합과 부활, 해체 과정을 반복했다. 따라서 해수부의 부활은 올 12월 대선 국면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당면과제다.

■해수부 부활 논의 '미지근'

	이명박 정부 공식출범 직전 인수위원회 시절이던 2008년 1월 22일 부산 인천 등 전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해양수산부 폐지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DB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부활 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는 등 해수부 부활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 대권 주자 측의 반응은 기대에 못미친다. 사상 유례없는 3파전을 전개하고 있는 국면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만 해수부 부활을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 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진영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4월 총선때부터 해수부 부활을 공약을 내걸고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부산 경남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해수부 부활 공약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해양수도 육성에 대한 의지는 밝혔으나, 해수부 부활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새누리당 부산 울산 합동 연설회때 해양수산 행정총괄 독립기구를 설치 하겠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표명한 뒤 이후 잇따른 부산 방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 부활 대신 해양과 수산 분야를 각각 독립 조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는 말도 흘러나와 지역 여론을 들끓게하고 있다.

해양 관련 한 전문가는 "해양과 수산을 독립청으로 분리하면 그럴듯 해보이지만 해양 패권주의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분리 논의는) 해수부 부활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선거전에 늦게 뛰어든 안철수 후보는 해양수산부 부활을 검토해 보겠다는 소극적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국가적 어젠다'로 전략 변화 필요

한국해양대 최성두(해양행정학과) 교수는 해수부 부활을 이뤄내기 위해 기존 프레임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수부 부활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극복하고 대국민 설득이 가능한 거시적 프레임으로 고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수부 부활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해수부 부활을 부산지역 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수도권 중심의 시각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심지어 해수부 부활 주장을 5년전 동남권 신공항 공약과 비슷하게 치부하며 부산이 '떼를 쓰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해수부 등 일부 부처의 부활 문제가 제기되자 일부 중앙 언론은 당장 '큰 정부'의 폐해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최 교수는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프레임 대결로 가면 해수부 부활은 요원하다"며 "수도권 중심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해양경쟁 시대, 특히 동북아 한중일 간 해양경쟁시대에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조직이라는 식의 거시적 어젠다로 해수부 부활의 당위성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대 부산정권의 작품이라는 다른 지역의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는 논리도 개발해야 한다.

해수부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탄생한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 출신인 점 등을 들어 '해수부는 부산지역 정권의 편향된 조직 선택의 결과물'로 치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실상 해수부는 1994년유엔해양법협약 발효로 인해 치열한 신해양시대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불가피한 조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양 개발은 육상개발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양 전문가들은 "해양과학기술 발달과 육상 개발의 한계성 보완 차원에서 해양 개발은 미래 국가의 새로운 동력이 되는 영역이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해양개발이 국토개발의 거시적 틀속에 존재하는 하위체계라는 현 정부의 국토해양부 통합 논리에 대해서도 "해양 개발은 연안지역을 넘어 영해, 배타적경제구역, 공해, 타국내 해외 전진기지 등 더 넓은 해양 영토개발 및 자원개발을 의미함으로 단순히 국토개발계획이라는 시각을 벗어나 할일이 많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최 교수는 "향후 바다를 둘러싼 각종 협약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수부의 부활이 꼭 필요하다"며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어젠다를 갖고 해수부 부활의 당위성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 해양 기능 쇠락

- 쪼개진 해수부, 눈칫밥에 가슴앓이

- 해양분야 예산액 갈수록 감소
- 관료들 각 부처내 발언권 잃어
- 총괄기구 확장 국가들과 대조

	한국해양대학교 박한일 총장이 지난 23일 부산 중구 코모도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통합해양행정체제의 필요성에 관한 세미나의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해양수산부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지난 1996년 출범했으나 이명박 정부들어 부산지역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작은 정부' 추진 정책에 따라 폐지됐다. 당시 폐지된 중앙부처 중 정보통신부는 방송통신위원회로, 과학기술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각각 명칭을 바꿔 외형적으로 부활했지만 해양과 수산의 기능은 각각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여전히 쪼개져 있다.

해수부 폐지 이후 해양 분야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있다. 매년 국가예산을 늘어나고 있지만 국토부 전체 예산 대비 해양 분야 예산액은 지난 2009년 2조7188억 원이던 것이 2011년에는 2조4306억 원으로 줄었다. 국토부 예산 대비 비중을 보면 2009년 11.4%에서 2011년에는 10.4%로 급감했다. 부문별 예산 감소 사례를 보면 해양환경 분야는 2009~2012년 사이 1908억 원에서 1524억 원으로 20% 감소했고 해운항만 분야는 2009년 2조1246억 원에서 2012년 1조6358억 원으로 23% 급감했다.

한 전직 해수부 장관은 "해수부는 독립부처로 있을 때도 다른 부처의 3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한탄한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같은 거대 부처에 통합되면 그 기능이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해양 관료는 "부처가 통합되면 예산 뿐 아니라 인사 분야에서도 덩치가 큰 쪽이 장악할 수 밖에 없어 해양 관련 관료들이 국토부에서 제대로 발언권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세계 해양 강국은 해양 기능을 되레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해수부를 폐지하기 직전인 지난 2007년 해양정책을 총괄적으로 추진할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신설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고 중국도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해양국의 조직을 개편하는 등 해양정책 총괄기구를 확장하고 있다. 또 미국은 국가해양위원회,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등은 해양수산부라는 통합해양행정체계를 구축해 해양 경쟁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외 EU는 2007년 10월 통합해양정책비전을 수립한 뒤 회원국 간 통합해양행정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양 외교 및 안보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해양경영을 지원할 해양 관련 기능을 총괄하는 국가 중추 행정조직으로서 해수부의 부활은 절실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예산 중 해양 관련 예산 비중 2009년  11.4% 2010년 10.8% 2011년 10.4%

해양 관련 주요예산 감소 사례 (단위: 원)      해양환경 해운항만 2009년    1908억   2조1246억 2010년 1816억 1조8565억 2011년  1827억 1조6333억 2012년  1524억 1조6358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