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친박 2선 후퇴론과 경제민주화 논란 등으로 불거진 위기 상황을 최경환 비서실장의 자진사퇴로 돌파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 국면이 측근 퇴진이나 깜짝인물 영입 수준으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라 총체적인 선거전략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비서실장은 7일 "당의 화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제가 모든 책임을 안고 물러나겠다"며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거전략의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저한테 돌을 던져달라, 서운했던 감정이 있었다면 저한테 침을 뱉어달라"며 추가 인적 쇄신 가능성에 대해서는 "70일 앞둔 시점에 사람을 또 바꾸고 바꾸는 것은 능사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박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거론되는 최 의원은 "친박이니, 핵심측근이니 하는 분열적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내 친박 2선 퇴진론을 에둘러 반박한 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박 후보에게 힘이 돼드려야 하지 않겠냐, 이제는 우리 모두가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 의원의 사퇴와 관련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정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고, 그 뜻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 "각자 선 자리에서 나는 당의 승리를 위해 무엇을 열심히 했는가, 또 내 자리에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주 의원총회에서 분출된 "박 후보는 빼고 다 바꾸라(유승민 의원)"는 당내 요구에 대해서는 최 의원의 자진 사퇴, 선대위원장 영입 등 추가 인선 작업에서 '보강'으로 대응하겠지만 '전면 인적 쇄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곧바로 "상황이 심각한데,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당내 갈등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은 "최경환 의원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서도 "절박한 문제제기를 불화나 갈등으로 봐서는 안된다. 마지막 기회인 만큼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담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지역 당협위원장은 "사무총장이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 보면 상황이 괜찮다'고 메일을 보냈던데, 밖에서 보면 박 후보가 불리해지니까 떠나가는 사람들이 속속 보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그런데도 최경환 의원 한 명 자르고 '싸우지 말자'고 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남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캠프 비서실장이 거창하게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자신이 물러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과대망상이자 자신이 실세라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당직자는 최 의원이 박 후보의 '어려운 처지'를 묘사하는 부분에 회견의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에 대해 "대국민 회견인지 대박근혜 회견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갈등 끝에 사의를 표명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은 "(박근혜 후보에게) 나와 이한구 원내대표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다"며 추가 인적쇄신을 압박하고 나섰다.

　친박 2선 후퇴론과 경제민주화 논란 등을 포함해 최근 지지율 하락 원인은 캠프를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야권 후보들은 짧은 이슈라도 하루에 하나씩 '메시지'를 던지는데 박 후보는 '화면'만 만든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비공식으로 열린 선대위 의장단 회의에서는 "오늘 회의에서는 콘트롤타워, 디렉터(감독) 역할할 사람이 없다. 이대로 가면 야권 단일화를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자리에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임태희 김태호 안상수 전 경선후보가 참석해 "박 후보가 매일 (언론에) 나오긴 하는데, 메시지가 하나도 없지 않냐"고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김영우 의원은 "지금 박 후보는 '새누리당에서 진정 무엇이 새로워지고 있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메시지는 없고 저차원적으로 캠프에 한 두명만 넣고 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컷뉴스/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