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최경환 의원(3선)은 이른바 신(新)친박계 핵심인사였지만 최근 불거진 `친박 총퇴진론'에 밀려 대선을 73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최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면서 "당 화합과 대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저 하나로 끝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목이 메인듯 두세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년간 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최 의원은 2007년 경선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인사다. 경선 패배 이후 박 후보의 `무관' 시절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성으로 보좌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2009년 `9ㆍ3 개각' 당시 박 후보가 지식경제부 장관 임명 전 최 의원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는 일화는 이런 신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지난해 1월 국회로 컴백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자신의 정치적 좌표로 삼고 올인해왔다. 몸을 던지는 스타일인 그가 박 후보 주변을 추스르면서 그의 철학과 시대정신을 언론에 알리고 설득하는 사실상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그런 최 의원에 대한 비판은 지난 4ㆍ11 총선 당시 공천 과정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실세인 그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공천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친박 공천학살'의 주역으로 지목됐던 친이(친이명박)계 최대 실세 이재오 의원의 이름을 빗대 `최재오'라는 별명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신임은 절대적이었다. 경선 당시최 의원은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 실무를 총괄했다.

선대위 구성을 앞두고 당내에서는 최 의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견제가 이어졌지만 박 후보는 이미 임명장까지 받았던 이학재 비서실장 대신 최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 때문에 최 의원은 선대위의 모든 정무적 조율까지 담당하는 `실세 비서실장'으로 통했다.

이 과정에서 최 의원을 향한 비판은 계속됐다. 구(舊) 친박계 등에서 "박 후보가 제대로 된 보좌를 받지 못한다", "주변에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특히 지지율 속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과거사 논란 과정에서 "후보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주변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고, 이는 결국 외부인사 영입 난망으로 이어졌다"는 비난이 분출한데 이어 `친박 총퇴진론'으로 이어지자 최 의원은 자진 사퇴를 택했다.

박 후보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을 피하는 동시에 더 이상의 `퇴진 논란'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에게 보고는 드렸지만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제가 결단을 내렸다"면서 "대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서 사람을 또 바꾸고 하는 건 능사가 아니다. 저 하나로 (퇴진을) 끝내 달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최 의원이 박 후보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고 후보의 신뢰 역시 각별하다는 점에서 최 의원이 향후 물밑에서 박 후보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많다.

또 선거 막판 최 의원의 역할이 필요할 때가 되면 다시 중용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