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선 75일을 남기고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친박 퇴진론 ▷경제 민주화 ▷국민통합 외부 인사 영입 등 야권에 주도권을 내준 대선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들이 '박근혜 한마디'에 모두 제동이 걸렸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필패론'이 퍼지고 있고, 적잖은 의원들이 대선 패배를 입에 올리고 있다.

■친박 퇴진론, 박·친박 지도부 일축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남경필 의원이 주도한 '인적 쇄신론'은 "지금 내일모레가 선거이니 힘을 모아 선거를 잘 치러야 할 것"이라는 박 후보의 언급에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특히 박 후보는 "선거가 며칠 남았다고 흔들리면 어떡하느냐. 나도 그만두라는 것이냐"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의 부정적 입장이 확인되자 당 지도부도 5일 '친박 2선 퇴진론'에 대해 "이미 결론이 난 것"이라고 일축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긴급 최고위에서) 잘 단합해서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사퇴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간담회 도중 박 후보와 통화한 뒤 "박 후보도 (어제오늘) 아무 말이 없는데 후보가 이미 다 알고 상황 정리를 한 것 아닌가 싶다"면서 "그게 아니라면 묻거나 할 텐데 다른 얘기는 없다"고 전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어제 의원총회에서 나온 얘기는 당을 위한 충정으로 생각한다"며 퇴진론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 시점을 놓치면 반전의 계기와 기회를 잡기 어렵다"며 친박계 퇴진론 등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실제 선거를 뛰는 건 전략과 정무, 메시지, 정책 분야들인데 지금 새누리당은 이 분야에서 보수진영 전체 전력의 20~30%밖에 쓰지 못하고 있다"며 "최강 전력의 팀으로 실무진을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퇴진론의 중심에 있는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은 거취를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실장은 아직 박 후보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박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향 잃은 경제 민주화

경제 민주화 정책도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박 후보는 이날 당내 경제 민주화 논란과 관련 "확실히 실천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반면, 당 경제 민주화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더이상 경제 민주화를 얘기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경제 민주화에 대해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부터 (경제 민주화에 대해) 빈정거렸다. 이한구라는 사람이 원내대표를 하는 동안 경제 민주화고 무엇이고 없다"며 "어제(4일) 의총을 통해 새누리당이 경제 민주화의 의지가 없는 정당이라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가 의총서 "국정감사 뒤 경제 민주화 당론을 결정하자"며 선을 그은 데 대해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나는 적당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정부 일도 해봤지만 이렇게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언급, 사퇴 등 모종의 결단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광옥 영입, 장고 끝에 악수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이날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영입된 것도 '최악의 카드'라는 당내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박 후보는 한 전 고문의 영입에 대해 "시대적 요구를 이루기 위해 기여하고 헌신해 보겠다는 큰 결단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선 조직의 간판인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은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정치쇄신특위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한 전 고문은 2003년 9월 나라종금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다음 해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력이 있다. 당시 안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당내에서는 "이 상태로는 더이상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상당수 비박 의원들과 핵심 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선 조직과의 거리 두기'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