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양자 대결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자 대결에서도 안철수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정당지지율도 1~2%포인트에 그칠 정도로 올 대선의 정치 지형이 야권에 비교적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도 야권 성향 지지들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 성향, 무당파 지지층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놓고 갈수록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 중 누가 단일 후보가 되는 게 좋은지, 누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이길지, 누가 국정 능력이 더 있는지 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KBS 조사 결과 文보다 安 선호
KBS가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21일 실시한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는 문재인 후보 39.6%, 안철수 후보 44.6%로 오차 범위내지만 안 후보가 5%포인트 차로 앞섰다.
민주통합당 지지층(49.4%), 야권 단일화 찬성층(47.6%), 대선 야권 후보 당선 희망층(52.7%)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지지도가 높았다. 반면 박근혜 지지층에서는 문재인 후보(45.6%)가 더 높아, 역선택 가능성이 있음을 엿보게 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자 중 국정운영을 가장 잘 할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박근혜(40.4%)가 가장 높았으며, 야권 후보 중에는 문재인(22.7%)과 안철수(23.9%) 후보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야권단일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10월 중에 가급적 빨리'라고 응답한 비율이 52.7%를 차지했다. '늦어도 11월 25일 후보 등록 전까지'라고 응답한 비율은 28.7%였다.
정권교체 지수를 묻는 질문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야권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더 좋다는 응답이 52.2%,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더 좋다는 응답은 36.0%로 나타났다. 야권 후보 당선에 대한 선호도가 여권 후보 당선 선호도보다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정당별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37.9%, 민주통합당이 36.5%로 비슷하게 나왔다. 통합진보당은 3.1%, 선진통일당은 0.4% 였으며, 부동층(무당파ㅤㄱㅣㅀ지지정당 없음)은 21.1%였다.
◇安·文 서로 장단점 달라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의 2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안 후보가 높다고 보고 있는 반면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해서는 문 후보를 안 후보에 비해 호평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無黨派) 등 비(非)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이처럼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안철수·문재인 후보 중 누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맞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지' 물어본 결과 민주당 지지층은 안 후보(45.3%)가 문 후보(28.5%)보다 높았다. 무당파도 안 후보 42.3%, 문 후보 23.0%였다. 반면 '누가 국정 운영 능력이 더 좋을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민주당 지지층에선 문 후보(43.7%)가 안 후보(29.5%)를 앞섰다. 무당파도 문 후보 28.6%, 안 후보 24.2%였다. 문 후보는 대선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맞서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표(票)의 확장성이 부족해 보이고, 안 후보는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해 충분히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정한울 부소장은 "여론조사마다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 결과가 다르거나 두 후보에 대한 '비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지가 팽팽하게 맞서는 이유는 이들에 대한 장단점 평가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라며 "두 후보가 각자의 단점을 가시적으로 보완하지 못한다면 한쪽으로 지지가 쏠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와 문 후보 중에서 누구로 단일화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EAI·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문 후보(41.8%)가 안 후보(34.4%)에 비해 높았다. 야권 단일화에 영향이 큰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 등 '비새누리당 지지층'만 놓고 봐도 문 후보(40.6%)가 안 후보(39.0%)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월드리서치 박승열 사장은 "야당 지지층과 무당파 등 야권 단일 후보를 정할 유권자들이 안철수·문재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할지 결심이 확실히 서지 않았다"고 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는 지난 21일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오차범위가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였다.
배재한 기자 myway@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