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쇄신특별위원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선 후보가 안대희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朴 "쇄신에 재뿌리지 마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연이은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잘나가고 있는' 경쟁자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안철수 서울대통합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대조적이다.

지난 달 20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여타 후보들보다 한발 앞서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지만 유신·인혁당 사건 등 역사인식 문제와 측근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후보 선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등 국민 대통합 행보를 계속하면서 초반 1,2주 정도까지는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갔으나 그 이후에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여타 후보들을 압도해야 할 초반 1개월을 사실상 허비했다.

무엇보다 잇단 측근 비리 의혹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19일에는 친박(친박근혜)계인 송영선 전 의원이 박 후보를 거론하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홍 전 의원이 자진 탈당을 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지 하루 만에 측근발 악재가 추가된 셈이다. 송 전 의원이 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줄곧 친박계였고 '박근혜 비대위체제'에서 4·11총선 공천(경기 남양주갑)을 받았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즉시 송 전 의원을 제명하는 등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 당 정치쇄신특위와 윤리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언론에 나온 것만으로도 당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제명을 의결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를 보고하면서 "송 전 의원의 행위가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구태이고 정치사에서 없어져야 할 행태"라며 "당이 여러 다른 일들과의 연속선상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밝혔다.

박 후보도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듯 이날 당 정치쇄신특위에 참석 "쇄신의 발걸음에 재를 뿌리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엄명했다. 그는 이날 비공개 발언을 통해 "근거 없는, 사실이 아닌 얘기(대선에서 박 후보 지지표를 얻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송 전 의원의 발언)들이 왜 이렇게 확산하는지 정말 안타깝다"면서 "당에 식구들이 많다 보니 여러 가지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날 정치쇄신특위 참석은 홍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고발되는 등 주변 인사들에 대한 비리 연루 의혹이 잇따른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쇄신의 의지를 재천명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