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선후보 확정 이후 봉하마을과 이희호 여사 방문, 전태일 재단 방문시도 등 이른바 대통합 행보를 보여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전격 제안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오찬 회동의 표면적인 이유는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대로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인사차" 방문이다.

당 고위 관계자도 1일 "박근혜 후보가 국민대통합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새누리당이 배출한 현직 대통령을 인사차 방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냐"고 말했다. 또 "수해나 성폭행 문제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여당 후보가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뭐가 있나, 오히려 안 만나는 게 이상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을 감안할 때, 이번 회동을 계기로 과거 앙금이 해소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경선후보는 치열한 접전 끝에 1.5%포인트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경선 과정에서는 네거티브 검증 공방으로 서로가 입은 상처도 깊었다.

두 사람을 더욱 멀어지게 한 것은 이른바 '친박학살'로 불리는 2008년 총선 공천이었다. 그런 연유로 18대 국회에서 친박계는 '한나라당 내의 야당'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2010년 세종시 수정안과 2011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 주요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미래권력으로 부상한 박근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이번엔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벌어지며 전세는 역전됐다.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친박-친이계 갈등은 계속됐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경선룰을 놓고 대립을 거듭하다 결국 정몽준 의원과 함께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지난 달 22일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당내 민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지켜보겠다"며 날을 세웠고, 박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이 무산된 뒤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내가 찾아가고 내가 손 내밀면 화해와 통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런 맥락에서 박 후보의 청와대 회동 제의는 중도층과 젊은 층을 향한 당의 외연 확장도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의 분열을 막아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의지에서 출발했을 개연성이 높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내에도 과거의 앙금이 가시지 않았으니까,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논의되지 않겠냐"고 전망하고, "어쨋든 여권이 단합해서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이 새누리당 경선에서 완주하고, 박 후보도 경선 이후 임 전 실장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 것은 양측의 화해 제스쳐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몇가지 민감한 대목이 남아 있다. 당장 청와대로선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과 합의한 내곡동 사저 특검법 처리가 눈엣가시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야당의 특검검사 추천권을 놓고 위헌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동이 새누리당의 법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위 기사의 모든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노컷뉴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