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은 창간 65주년을 맞아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안을 찾고자 분야별 전문가들의 제언을 싣는다.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과 함께하는 이번 기획은 서울 집중이 구조화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정부-중앙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하고 대선 정국에서 지역정책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 상생협력 이념 강화해야
- 양극화 해소·균형발전 가능
- 지역간 사업 출혈경쟁 탈피
- 공동 특구·브랜드 등 추진
-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재원
- 취약지역에 제도적 집중을
지난해 외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을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핵심 아이디어는 '상생협력'이라는 이념을 강화해야 현재의 자본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생협력은 계층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지역 간 상생협력은 정부의 정책 방향 측면에서 다음 두 가지로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 지역 간 공동사업이나 동업을 통해서다.
최근까지 각 지역은 특구, 교통 노선, 미래산업, 복합단지, 공원 등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또, 한 지역에서 돈 좀 번다 싶으면, 서로 베끼려고 법석을 떨었다. 현재도 공항이다, 물이다, 인증센터다, 케이블카다 하며 지자체 사이에 각을 세우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체험관, 문화관, 전시관, 문학관, 공설운동장, 복지회관 등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시설들이 많다.
지역 간 출혈 경쟁 문제, 과잉 투자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해당 지자체들이 서로 돈과 역량을 합쳐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어 보인다.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다 결국 모두 레드오션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힘을 합쳐 더 큰 이익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충북의 '햇사레 복숭아'는 여러 지역이 하나의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백제문화제 등 축제들도 이웃 지역과 공동으로 개최하면 효과가 훨씬 커진다.
둘째, 지역 간 발전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소위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과신했다. 수도권의 이익이 다른 지역으로 넘쳐 혜택을 같이 누릴 수 있다고 믿고, 민간은 물론 정부마저도 수도권을 비롯해 비용 편익 분석에서 우위에 있는 지역에 재정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낙수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낙수효과에 비해 지역 간 양극화 경향이 너무 컸다.
세금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비수도권 지역 몫으로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 세금마저도 비용 편익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다시 수도권이 가져가 버린다면, 상생의 사회는 영원히 멀어질 것이다. 잘 사는 지역에서 걷히는 세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몰아 준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정부는 재작년부터 성인지 예산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 재정사업부터 양성평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같은 취지로 이제는 가칭 '취약지역 인지 예산'과 같은 제도를 구상해 봐야 한다.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배분되는지, 지역 간 상생 차원의 배려가 충분한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투자는 경제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민간 부문 투자와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상생을 또 하나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 취약한 지역에 정부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오히려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조치를 반기게 될 것이다.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주주(shareholder)처럼 이익을 공유하는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소기홍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소기홍=전주고, 서울대 영어교육, 행정고시 27회,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재정개혁총괄과장, 기획재정부 예산실 심의관,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