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화탑마을에서 농촌체험관광코스를 둘러보며 당나귀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연합뉴스

- 이한구 사퇴 번복 논란 조짐
- 朴, 금주 대구·부산 등 방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문'이 '박근혜 사당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두언 파문' 수습을 위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에 언급한 '지침'과 당 지도부가 의총에서 내놓은 수습책이 일치하면서 사당화 논란이 확산하는 국면이다. 비박(비박근혜) 주자들과 '경선 룰'을 둘러싼 공방 과정에서 제기됐던 논란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특히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6일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예정대로 하기로 한 것이 사실상 복귀로 해석됨에 따라 사퇴 번복으로 인한 '대국민 사과' 진정성 논란도 더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박 주자들과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했던 쇄신파, 구주류 친이(친이명박)계 등이 한목소리로 박 전 위원장의 당 운영방식을 성토하고 나섰다. 비박 주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 경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경선 후보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공식기구의 논의보다 한 사람의 의견을 우선해 당의 갈 길을 정하는 게 사당화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연루 의혹과 관련, "박 전 위원장이 당시 박지만 씨 문제를 정리하는 것과 이번 사안을 왜 180도 다른 입장에서 처리했는가"라면서 "이게 원칙과 쇄신인가. 이 문제만큼은 박 전 위원장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이 박지만 씨 관련 의혹 당시에는 말 한마디로 일축했지만, '정두언 파문'에는 원칙을 강조하는 등 처리방식이 달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역시 경선 후보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어느 한 사람의 말에 따라 당 지도부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아닌데도 저러니 대통령이 되면 정말 걱정 아니냐"고 지적했다.

쇄신파 남경필 의원은 이날 "당이 특정 대선 후보의 뜻대로 움직인다면 공당으로서의 존재가치는 없다"면서 "이런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집권이 어렵고 집권한다고 해도 민주주의적 국정운영과 당청 관계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또 사실상 출당을 요구한 정 의원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강경 조치와 관련, "억울하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경선 캠프'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박 전 위원장이 나서서 '불'을 끄지 않았다면 체포동의안 부결을 둘러싼 여론의 비판은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라는 말로 반박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14일 전남 나주 방문에 이어 17~19일 대구·강원·부산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정두언 파문'으로 일시 중단했던 정책 행보를 재개했다. 박근혜 캠프의 조윤선 공동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식 경선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전국을 광역으로 나눠 방문하는 계획을 짰다"며 "지방을 방문하면서 정책을 함께 발표할 수도 있다"고 순회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