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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력 지역시대 열자 <4> 행정구역 개편 제대로 되고 있나

광역시 자치구 폐지·구청장 임명제…'풀뿌리 민주' 실종을 우려한다

  •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
  •  |   입력 : 2012-07-08 22:03:4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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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지난달 광역시의 자치구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자치의 후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은 지난달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동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와 지방분권 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지방행정체제개편의 문제점과 동남권 광역행정의 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 모습 국제신문DB
- 중앙정부-65개 시·군으로 재편
- 전국 36개 과소 시·군·구 통합
- 구의회 폐지·행정구로 전환 등
- 행개위 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
- "지방의 중앙 종속" 등 비판 거세

- 부울경 초광역 지방분권 정부
- 생활자치 강화 등 보완책 절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행개위)는 지난달 광역시의 자치구를 폐지하고 인구와 면적이 평균에 못 미치는 자치구를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행정의 단위 규모를 키워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취지에 맞춘 것이지만 '자치의 후퇴'라는 비판도 거세다.

행개위는 내년 3월까지 도(道)를 자치단체가 아니라 국가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광역행정청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포함해 도의 지위와 기능을 재편하는 문제를 결정한다. 이는 현재 중앙정부-시·도-시·군·자치구인 행정구조를 중앙정부-시·군으로 단층화해 행정효율을 높이겠다는 중앙정부의 구상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 종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반발이 시민사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앙의 지방통제 강화 우려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18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던 당시 허태열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위원장의 주장대로 "100여년 전 농경시대(1896년 13도제 실시)에 정해진 현 지방행정체제를 정보통신시대에 걸맞게 바꾸자"는 취지이다.

여기에 공설운동장·상하수도 시설 등 공공시설의 공동 활용과 과소 자치단체의 적정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논리가 더해졌다.

이는 행개위가 내놓은 기본계획에 그대로 반영됐다. 부산 중·동구를 비롯해 전국 16개 지역 36개 시·군·구를 통합하기로 했다. 행개위는 시·군·구 통합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 효과가 입증되면 이른바 '통합 바람'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광역시의 자치구·군은 시장이 구청장·군수를 임명하고 의회를 폐지하는 행정구로 전환하기로 했다.

도는 ▷현재의 광역자치단체로 유지 ▷초광역자치단체로 확대 ▷광역행정청으로 전환 등 개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이 행정 단계를 단층화한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광역행정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런 행개위의 개편 방향에 관해 학계와 시민단체가 "지방자치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자치구 폐지는 주민의사의 반영 약화로 생활자치 실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시장의 권한이 비대해져 구·군 행정이 과거 관료 시대로 후퇴해 오히려 행정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현재 16개 시·도-중앙정부로 이어지는 행정구조가 장기적으로 전국이 65개 안팎의 시·군으로 재편돼 중앙정부와 직접 교섭하게 되면 중앙정부에 대한 종속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으로 덩치만 키우면 좋아진다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행정구역과 생활구역이 달라 주민이 불편을 겪는 지역의 경계 조정이 더 급하다"고 말했다.

■초광역 지방분권정부·근린자치 강화 보완해야

세계화·지방화 시대의 발전 패러다임으로서 분권형 국가운영 체계를 구축하려면 보완해야 할 대목이 많다. 예를 들어 부산 울산 경남을 묶는 초광역자치단체로의 개편을 통한 실질적인 분권 지방정부 구성과 읍·면·동의 자치기능 강화로 생활자치를 보장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박재율 균형발전지방분권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시·군·자치구 통합을 전제로 하여 광역시·도의 지위와 역할을 상정한 것은 결국 광역단위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할 것"이라며 "일본·독일 등의 광역적 통합, 영국의 광역경제권의 행정구역 통합 추진 등을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연방형 초광역 지방정부 운영 및 기초지방정부의 근린자치·생활자치 기능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인구 2000만 명 이상의 민주국가들은 모두 상당한 권한을 지역정부에 두는데, 우리나라에서 지역정부(도)를 약화 또는 폐지하려는 것은 국제적 동향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광역 분권정부 개편에 대해 중앙정부가 소극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 또는 시·군이 '지자체 협의체'나 광역적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특수법인' 결성을 먼저 시도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김정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자치단체들이 뭉쳐 초광역적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활성화돼 있다. 분권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도 이런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의 핵심인 '동네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행개위의 기본계획에 자치단체장이 위촉하는 위원들로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도록 한 것이 주민자치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민자치회 구성에 주민의사가 반영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 강현욱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장

- "광역의원 늘리는 등 보완책 마련할 것"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강현욱(사진) 위원장은 광역시 자치구 폐지 등 개편안에 부정적인 여론과 관련, "광역의원 수를 늘리는 등 보완책이 있어 자치가 훼손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개편위원들은 물론 관계 전문가와 법률 검토 등을 거쳐 충분히 논의된 사안"이라며 "최근의 청주·청원의 통합 사례에서 보듯 주민과 정치권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면 갈등을 없앨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부산 중·동구 등 과소구 통합 전망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와 소통으로 이견을 좁히는 등 지혜롭게 극복하면 상생발전할 수 있는 통합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발표한 기본계획은 대통령·국회·지방 4대 협의체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 지난 1년여간의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했다"며 "국회 논의와 입법 과정, 주민투표 등을 통해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7월 이후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위원회에서 선정한 통합 대상 지역에 대한 지방의회 의견을 청취하거나,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통합 의사가 확인되면 관계 자치단체에 통합추진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통합 자치단체 명칭과 청사 소재지 등을 의결하게 된다"며 기존 일정도 추진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이후 국회에서 내년 12월까지 통합 지방자치단체 설치법을 제정하고 2014년 6월 제6대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출을 하면 2014년 7월 1일 통합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개편안을 논의할 국회에 대해 "위원회의 의견(개편안)이 가급적 존중되었으면 한다. 국회의 입법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그간의 논의사항 등 각종 자료 제출하고 위원들도 국회에 출석, 적극 지원하겠다"며 "광역시 자치구 폐지 등에 대한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하반기부터는 내년 3월에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도의 지위 및 기능 재정립 등 남은 2차 과제 등 개편 방안 마련에 주력하겠다. 2014년 말까지 존속되는 우리 위원회는 특별법에서 부여한 과제들에 대한 개편 방안을 정해진 일정대로 차질없이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내년에는 도의 지위와 기능 문제뿐만 아니라 읍·면·동 주민자치회 설치,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연계 통합, 자치경찰제 시행 방안 등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과제들을 다룬다"면서 "국가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참여 언론사: 국제신문, 영남일보, 무등일보, 중부매일, 강원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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