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이해찬(왼쪽)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민주 "협정 폐기해야" 맹공
- 박근혜 "절차와 과정 매우 유감"

'밀실 처리' 논란으로 서명 1시간 전 연기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국회에 설명한 뒤 서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폐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여권도 '협정 체결=친일'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협정 체결에 부담이 있어 현 정부 내 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1세기에 들어와 한일 군사비밀정보협정을 맺는 것은 역사에 역행한다"며 "이 사안은 총리 해임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고 협정을 폐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한일 정보협정은 일종의 외교 참사"라며 "청와대 지시로 밀실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일본에 군사정보를 넘기려는 기도가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 정보협정에 대해) 좀 걱정했다. 국회가 개원했으니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주변국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정부의 중대한 판단 착오 탓에 (현 정부) 남은 임기 중 협정을 추진하는 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협정 체결 여부는 차기 정부 판단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면서도 "이 협정은 이미 러시아를 비롯한 24개국과도 체결했고, 앞으로도 중국과의 체결이 필요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고 체결 의사를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 임내현 의원이 입수한 협정문 전문에 따르면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초보적 수준'이라는 정부 측 해명과 달리 안보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어 축소·은폐 파문까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