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2의원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원내 지도부 공백 사태 속
- 당 지도부 선출까지 안갯속
- 구당권파 "비대위 관리 부실"
- 이석기 "의원직 사퇴 불가"

'비례대표 부정 경선, 당 대표단에 대한 집단 폭행, 구당권파의 당원 비대위 출범, 보수세력의 종북몰이, 당직 선거 중단…'.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선 논란으로 촉발된 '통합진보당의 총체적 난국'이 갈수록 태산이다. 원내 13석의 제3당이 당내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태 수습도 못 한 채 뇌사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당직선거중단…뇌사상태 위기

통합진보당은 27일 새벽 갑자기 온라인 투표 기록이 손상됐다면서 선거 중단 방침을 시사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로 1만7000명 가량의 투표값(득표수)이 손상됐고 당은 이번 투표를 무효로 할 방침이다. 전날인 26일 부정 경선 후속 조사를 놓고 구당권파 측이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선 데 이어 책임 공방이 불거지면서 통합진보당 내분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정당 사상 초유의 투표 중단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통합진보당은 회의만 반복하고 있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27일 오후 4시부터 투표 중단 원인에 대한 공동 검증에 나섰지만, 장시간 회의만 진행했다.

이에 대해 구당권파는 "비대위의 관리 부실"로 몰아갔고 비대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누군가가 고의로 투표 기록에 손을 댔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지난달 13일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결정으로 출범한 비대위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하면 당 지도부 공백 사태에 빠진다. 비대위는 의결로 다음 달 8일까지 임기를 확인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폭력사태를 일으킨 구당권파의 회의 방해가 예상돼 중앙위 소집도, 온라인 중앙위 개최도 모순인 상황이다.

■비례대표 부정 후속조사 외면

비례대표 부정 경선 후속 조사가 나왔는데도 구당권파의 이석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에게 외주를 줘서 용역을 맡겼는데, 온라인 보고서도 전면 폐기했다"면서 "후속 조사 보고서가 객관성 공정성 합리성 및 최소한의 진실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매우 부실하다"고 주장, 의원직 사퇴 불가 입장을 시사했다.

청년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재연 의원도 "청년 비례경선에서 부정이 없었다는 것을 (비대위가) 확인하라"고 말했다.

쇄신파와 구당권파 간의 '제 갈 길 가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구당권파(경기동부+광주전남연합)는 이달 초 제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자파의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삼고 김 의원을 중심으로 한 원내대표단을 발족하려 했다가 불발됐다. 이후 통합진보당 의원총회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 공백 사태에다 당 지도부 선출까지 미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당권파와 쇄신파의 중재역을 자임했던 부산·울산·경남연합은 양측으로부터 '박쥐 같다'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