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정부, 지역에 획일적 잣대
- 시·군특화사업 계속 '쳇바퀴 행정'
- 이양사무 선진국처럼 입법화
- 수도권 기득권층 반발 잠재워야
"조직·인사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서류상 농지지만 이미 농지 기능을 상실한 곳도 주거지나 공업·상업용지로 바꾸려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는데) 길게는 5년 이상 걸린다. 그 사이 땅값이 오르고 무허가 공장이 들어서 개발 계획은 물 건너 간다. 이게 현실이다."
경남 양산시 관계자는 울산 울주군과 경남 김해·양산시 등지에서 주거지와 공장이 다닥다닥 들어선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해와 양산 등은 1990년대 들어 부산에서 유입되는 공장을 수용하기 위해 대책을 세웠지만, 중앙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공단을 준공했을 때는 이미 주거지 주변 곳곳이 공장밀집지역으로 변한 뒤였다.
부산시는 지난해 11개월에 걸친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 당시 '무력감'을 절감했다. 부산 노동청이 주무부서였고, 부산시는 노동부의 요청이 있을 때 지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역 노사 문제는 원칙적으로 고용노동부 산하 해당 지방고용노동청 소관이다.
"파업으로 직접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시민인데, 시가 책임지고 나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중앙의 규제·통제 특화 발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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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서울 중앙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4층에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접한 경남 거제시는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이 있는 조선산업의 중심지다. 경남 산청과 함양·하동군은 지리산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생태·역사·문화관광지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들 시·군은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인사·조직·예산 편성이 거의 불가능하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쳇바퀴 행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니 지역 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획 능력을 갖출 기회가 적고, 중앙정부의 지시를 이행하는 하부 집행기관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09년 실시한 사무총조사에 따르면 국가 직접처리사무, 기관위임사무, 국가와 지방공동사무를 포함한 국가사무는 3만3864건(80%)이었지만 지방사무는 8452건에 그쳤다. 중앙정부가 지역실정 반영이 필수적인 각종 지역 관련 사무까지 장악한 탓이다. 행정안전부가 소도읍(농촌과 도시적 성격을 동시에 갖춘 중간 형태의 취락) 육성, 평택개발지원, 접경지원 개발, 자전거 이용 활성화와 같은 지역적인 사무까지 관장하고 있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주된 이유는 중앙정부가 권한을 전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산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만 서울은 계속 집값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주택 정책을 적용하니 좋아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앙정부 주도의 분권촉진 한계
국민의정부 시절에는 '중앙행정권한 지방이양 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참여정부 때는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돼 대통령 직속기구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각각 설치돼 지방분권을 추진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실질적 자치권 보장 ▷자주재정 확충 ▷중앙·지방 간 상생협력 강화 등 3대 분야 12개 분권과제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료된 것은 중앙·지방협력회의 성격의 대통령과 시·도지사회의 정례화뿐이다.
지방분권이 늦어지는 것은 중앙공무원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권한 이양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분권촉진위 직원 24명 중 절반이 중앙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이다. 그나마 전액 국비로 해야 할 국가사업을 매칭펀드 형태로 지방정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해야
지방분권을 법률로 해결하는 것은 수도권에 기반을 둔 중앙관료와 정치인들의 반발로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인구 수대로 뽑는 국민대표형인 현 국회는 수도권 의원이 절반에 육박했다. 이들은 2008년 10월 수도권규제완화정책을 관철했다.
이 때문에 연말 대선에서 지역대표형의 상원을 도입하고 중앙·지방정부의 사무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일 스위스 등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 독일은 연방헌법에 연방정부의 사무범위와 재원배분까지 규정해 놓고 있다. 중앙정부는 경제 금융 외교 국방 등 국가 존립과 관련된 핵심사무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의 영역으로 분류하자는 게 핵심이다.
지방분권형 헌법개정 논의와 함께 당장 19대 국회서 특별법으로 분권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도 있다.
김성호 연구실장은 "중앙·지방 간 사무배분 원칙, 역할 분담 및 기준을 규정하는 '사무구분 및 배분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이양사무에 대한 재정·인력 등의 포괄적·일괄적 이양을 규정하는 '지방일괄이양특별법'의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권오룡 지방분권촉진위원장
- "지방 자치역량 강화, 중앙 '지방 불신·저평가' 불식을"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권오룡(사진) 위원장은 지방분권이 더딘 이유에 관해 "업무나 권한에 대한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간의 시각차가 크다"면서 "중앙부처는 지방에 (권한을) 넘기면 행정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가진 반면 지방은 중앙에서 넘겨주는 것이 피상적이고, 중앙부처에서 귀찮은 일만 떠넘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진단했다.
지방분권을 위해 중앙과 지방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권 위원장은 24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지방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지방을 불신하는 중앙부처의 인식이 걸림돌"이라며 "중앙부처는 법규대로 집행하는 사무도 지방으로 내려가면 자치단체장의 성과주의나 지역개발론에 따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도 "중앙부처 등의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논란의 소지가 많거나 미뤄왔던 게(분권과제)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위원회에서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권위는 최근 중앙권한의 지방이양과 지방분권과제를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월 1회 개최하던 회의를 2회로 늘렸다.
그는 현 정부의 분권 실적에 대해 "미완의 과제였던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정비해 국도·하천, 해양·항만, 식·의약품 등 3개 분야 업무 중 현장 행정적 성격이 강한 업무는 법령 정비를 통해 인력·재원과 함께 지방으로 이양했다"고 말했다. 또 "재정 측면에서도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를 도입해 어려운 지방재정에 보탬이 되도록 했다"면서 "다만, 제도 도입에 따른 법률 개정 등 후속 조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연구 중인 과제들이 제도화되지 않아 분권 체감도가 낮게 평가되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지자체 2곳 중 1곳은 지방세를 거둬 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논의 중인 지방소비세 인상(5%→10%)을 조속히 추진하고,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을 통해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재정분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지방정부도 "선심성 예산을 지양하고, 지방재정이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 19대 국회에서 지방일괄이양특별법 등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참여 언론사: 국제신문, 영남일보, 무등일보, 중부매일, 강원도민일보
공동취재단
우리나라 중앙행정권한 지방이양 추진실적 |
구분 |
총계 |
지방이양추진위원회 |
지방분권촉진위원회 |
소계 |
'00 |
'01 |
'02 |
참여정부('03∼'07년) |
현 정부('08년∼현재) |
'03 |
'04 |
'05 |
'06 |
'07 |
'08 |
소계 |
'09 |
'10 |
'11 |
이양 확정 |
3023 |
1568 |
185 |
176 |
251 |
478 |
53 |
203 |
80 |
88 |
54 |
1455 |
697 |
481 |
277 |
이양 완료 |
1709 |
1501 |
185 |
175 |
250 |
466 |
53 |
184 |
68 |
77 |
43 |
208 |
166 |
42 |
- |
추진중 |
1314 |
67 |
- |
1 |
1 |
12 |
- |
19 |
12 |
11 |
11 |
1247 |
531 |
439 |
277 |
※자료 : 지방분권촉진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pcd.g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