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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12·19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분권과 지방재정이 보장되는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공약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사진은 19대 총선을 앞둔 지난 4월 부산시민사회연대가 도시철도 서면역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공약실천촉구 캠페인을 하는 모습. 국제신문DB |
- 역대 정권 지방분권 공약에 그쳐
- 교육·문화·예술까지 서울 '블랙홀'
- 자치단체들 연대·협력으로
- 광역경제권·행정협의체 만들어야
- 5개 지역언론 공동기획
경남 거제도에 있는 대기업 과장으로 근무 중인 A(48) 씨는 1억 원이 훨씬 넘는 연봉을 받는다. 그는 중·고등학생인 두 아들 모두 서울에 있는 학교에 보낸다. 거의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아이들도 볼 겸 서울로 향한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하고 계열사 백화점에서 쇼핑도 한다. 몸이 아프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다. 거제는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생산도시이다. 하지만 교육·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선 지역민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산의 A 의원은 4·11총선 기간동안 무늬만 '부산 출신'이라는 상대후보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진이 빠졌다. 서울에 집과 가족이 다 있는 그는 "부산에서 뼈를 묻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서울의 자택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하락세인 데다 아이들이 모두 서울에 있는 탓이다. 고착화하고 있는 '서울 공화국' 현상으로 빚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도이다.
■수도권 패권주의가 낳은 재앙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5+2광역경제권 구축 ▷지방행정체제 개편 ▷분권 확대 ▷지방재원 확충 ▷자치경찰제 도입을 공약했다. '이 대통령의 5대 지역공약이 실현됐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는 물 건너 갔고, 나머지는 추진 중이지만 임기 말에 접어든 현재까지 '완결'된 것은 없다.
지방자치제 부활로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자치단체장이 선출된 이후 지금까지 6번의 지방선거가 있었다. 민선 1기에서 3기까지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을 약속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그랬다. 그런데 현실은 지역에서 서울로 인구는 집중됐고, 수도권 경제는 중부권 경제로 팽창됐다. 반대로 지역은 인구가 줄고 경제는 위축됐다.〈표물 참고〉 지방정부는 여전히 국고지원과 국가사업 유치를 위해 중앙정부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 김종대 헌법재판관은 "지역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에 돈줄까지 중앙정부가 틀어쥔 상황을 바꾸지 못한 것이 (양극화를 초래한) 비극"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도로 서울사람이 되는 지역출신 국회의원, 서울에 거주하는 사회 지도층, 중앙중심적 사고로 무장한 서울의 언론이 현 상황을 만든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지방,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정호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될 것"이라며 "남북통일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해소 방안으로 ▷지역 간 연계협력을 통해 수도권에 맞서는 거대 경제권 구축 ▷자치단체 간 구속력 있는 행정협의체 등 실질적인 협치기구 설치를 통한 자치력의 한계 극복 ▷장기적으로 분권·재정독립을 위한 중앙정부에 대한 교섭력 강화를 꼽았다.
김 헌법재판관은 "헌법에 규정된 대로 중앙정부가 권한과 재정을 배분했다면 지역이 자생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국가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하고,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공항이나 첨단의료단지 등을 공모하면서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80%의 세금을 국가가 걷어서 지역에 나눠주는 중앙정부의 행태에 대해 지역민들이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이다.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경쟁에서 중앙정부가 '원톱'으로 지역정책까지 좌우하는 현재 구조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병규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자치단체가 기업유치나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짜도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면서 "자치단체들이 연대해 서울 중심주의에 매몰된 중앙권력을 설득할 수 있는 체계적 논리를 개발하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차기 대통령, 완전한 '자치 가이드' 필요"
- 홍철 지역발전위원장
- 정책결정 과정 지역 의사 중시돼야
- 지역 핵심사업 선정·평가후 차등지원
- 중앙정부 개입·선심성 사업 제어해야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 홍철(사진) 위원장은 17일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이뤄낸 성과와 한계를 있는 그대로 진단하고 마련한 대책을 차기 정부에서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면 완전한 지방자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자치로 가기 위해 ▷중앙정부 공무원들의 인식 부족과 무사안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 한계 ▷지역 정치인들의 간섭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현재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직접 뽑으니, 자치의 형식요건은 갖췄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명실상부한 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금을 국가가 80%, 지방정부가 20%를 걷지만, 전체적으로 60%를 지방에 투자한다"며 "그러나 지방민의 삶의 질과 동떨어진 도로·건물 등 보여주기식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먼저 정책결정 과정에서 지역의 의사가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업 결정 때 중앙정부가 80% 결정권을 행사하고 자지단체는 20% 정도 관여하는 수준"이라며 "지역현실을 모르는 중앙 공무원이 사업을 결정하는 꼴이니 잘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중앙공무원들은 감사에 걸리지 않을 일만 한다. 그러니 지역민의 삶의 질과 무관한 도로 건설 등에 매달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공무원에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결정한 사업과 예산을 집행하는 기능에 길들여져 있다"며 "돈과 권한을 받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자치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치단체장들도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자율편성 예산을 '치적 쌓기용'이나 정파적 이해에 따라 집행하는 경우가 허다한 형편"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인들이 자치단체에 대해 지역구 관리 등의 명목으로 마을회관 건립 등에 돈을 쏟아붓도록 하는 구태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았다.
홍 위원장은 이에 따라 중앙·지방공무원, 자치단체장, 지역정치인의 퇴행적 행태와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완전한 자치를 실현하는 '가이드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광역·기초자치단체가 각각 지역 핵심사업을 선정하도록 하고 지원한 뒤 엄격한 실적 평가를 통해 차등지원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면 중앙정부 공무원의 '책상머리' 개입을 막을 수 있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역공무원이 역량을 쌓을 수 있으며, 단체장과 지역정치인의 선심성 사업을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중앙·지방정부가 지역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지역분산정책에 이어 현 정부는 5+2광역경제권 사업으로 전환했는데, 연속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다음 정부도 현 정부의 광역경제권 사업에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이어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 언론사: 국제신문, 영남일보, 무등일보, 중부매일, 강원도민일보
공동취재단
16개 시·도별 재정자립도 변화 추이 (단위: %) |
시·도 |
2005년 |
2011년 |
시·도 |
2005년 |
2011년 |
부산 |
73.4 |
56.4 |
충남 |
32.7 |
35.4 |
울산 |
69.9 |
69.1 |
대전 |
75 |
57.2 |
경남 |
37.5 |
42.6 |
경북 |
29.6 |
29.1 |
서울 |
96.1 |
90.3 |
대구 |
73.9 |
53.5 |
경기 |
76.2 |
72.5 |
전북 |
25.1 |
24.5 |
인천 |
70 |
69.3 |
광주 |
60.6 |
47.5 |
강원 |
27.5 |
27.5 |
전남 |
19.9 |
20.7 |
충북 |
31.7 |
32.7 |
제주 |
39.3 |
25.1 |
※자료 : 국가통계포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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