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 위원 사표 수리… 전문가 선임

고리원자력본부와 50억 원대의 납품거래를 맺어 물의(본지 지난달 26일 자 8면 보도 등)를 빚은 김수근 부산시의원의 '고리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위원직 사표가 수리됐다. 김 의원 대신 민간감시기구 사상 처음으로 학계 전문가가 위원으로 선임돼 전문적인 감시활동을 펼친다. 부산시의회도 김 의원이 공공단체와 영리 목적의 거래를 금지하는 윤리강령을 교묘히 피했다는 비판에 따라 윤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리원전 민간감시기구는 3일 당연직 위원인 김 의원과 A 민간위원의 사퇴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장군의원에 당선돼 당연직 민간감시기구 위원으로 선임된 2006년 7월부터 부산시의원 신분인 현재까지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앞세워 고리원전과 50억 원(179건) 상당의 납품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오규석 기장군수가 민간감시기구 위원과 고리원전 간의 거래내역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직후 사퇴서를 제출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월 민간위원으로 선임된 A 씨도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청소용역회사가 고리원전과 10억 원 상당의 용역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자 이날 동반 사퇴서를 제출했다.

민간감시기구는 또 원자력 감시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부산대 정재준(원자력공학과) 교수를 위원으로 선임했다. 지식경제부의 민간감시기구 운영 지침에는 위원 중 학계 전문가를 한 명 선임하도록 돼 있으나 기장군은 지금까지 이를 지키지 않았다. A 민간위원의 자리에는 고리원전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장안읍 길천마을 김명복 이장이 선임됐다.

한편 부산시의회는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김 의원의 윤리강령 위반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신숙희 부산시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은 이날 "김 의원이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를 위반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4일 오후 윤리위원들과 1차 간담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김 의원이 윤리강령을 위반했거나 편법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되면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의회 내부에서도 "공공단체인 고리원전과 직접 거래할 수 없는 김 의원이 부인의 회사를 통해 계약한 것은 윤리강령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징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동료 의원을 징계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기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악역'을 자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리위원회 소속 의원 7명 중 후반기 의장 후보인 김석조 부의장과 백선기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은 각각 2명씩으로 분류된다. 3명은 중립 성향이다. 한 의원은 "김 의원도 '윤리강령을 편법으로 비켜갔다. 사려 깊지 못했다'고 시인한 만큼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과 함께 부산시의원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