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만에 야권 2명 총선 배지
- 해운대·원도심 30~40% 득표
- 현 정부 실정 따른 반사이익
- 내부역량 강화·지역 밀착으로
- 뿌리내리기가 야권 중요 관건

"20년 보수 안방을 허물 가능성을 봤다. 그러나…." 부산지역 야권은 19대 총선 결과에 고무돼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단일후보는 부산지역 18개 지역구에서 39.3%를 득표했다. 정당 득표율은 40.2%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야권은 새누리당을 찍지 않은 유권자(50.1%)의 80%가 제1당으로 결집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남과 울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제1야당으로 표 결집 성과

비새누리당 성향의 표 결집은 야권의 최대 과제였다. 그동안 야권은 제1당조차 득표율이 10%대를 기록할 정도로 비새누리당 성향 표가 분산됐고 이에 따라 "야당을 찍으면 사표가 된다"라는 고정관념이 유권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제1야당으로 표 결집을 이끌어내면서 사표 심리를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치러진 부산지역 총선에서 야권이 처음으로 의원 2명을 배출한 것도 표 결집의 성과다. 또 불모지나 다름없던 중구(32.3%)와 동구(29.4%) 서구(42.4%) 등 원도심과 해운대구(39.25%) 등에서 약진해 대선을 앞둔 야권에 희망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 민심의 탈보수화를 예견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권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을 이탈하는 표심이 늘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12월 대선에서 동남권 민심이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표류하는 비새누리당 표심

	부산지역 야권이 시민과 복지 중심의 정책으로 지역 뿌리내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4·11총선 지원유세가 열린 부산대 앞에 모인 학생들과 시민들. 국제신문DB

그렇다면 '야도 부산'이 부활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성급한 전망으로 분석된다. 야권을 새누리당 대안세력으로 인식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은 탓이다.

역대 부산지역 선거를 보면 새누리당 외 정치세력 가운데 최다 득표율을 획득한 당이 매번 바뀌고 득표율 편차도 극심했다. 이는 비새누리당 성향 표가 야권에 조금만 실망해도 이탈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누리당 지지층처럼 '충성도'가 높지 않은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38.5%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지역구도 타파에 희망을 가졌으나 4년 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11.8%로 급락했다. 19대 총선 결과 역시 야권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 이익을 챙긴 경향이 강하다.

야권이 새누리당의 대안세력이란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어주지 못하면 19대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결집한 비새누리당 성향의 민심이 대선에서 다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 지역 뿌리내리기 관건

따라서 야권의 향후 과제는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층을 정치세력화할 내부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대체할 정치세력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특히 여당 텃밭에서 3선 고지에 성공한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지역 밀착형 활동으로 지역구도를 극복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야권 인사 가운데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고 평가받는 인물은 적다. 이들 중 유권자에게 '우리 동네 사람'이란 인식과 신뢰를 심어준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선거 후 "지역주의 한계"라며 부산을 떠나버리는 야권 인사가 허다하다. 17대 총선 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몇몇 후보가 공기업 등 높은 자리를 받은 뒤 지역구나 부산을 챙기지 않아 유권자의 불신을 사기도 했다.

이런 인사들이 8년 만에 다시 부산에 나타나 19대 총선에 출마하자 "지역은 챙기지 않고 '반MB(이명박 대통령) 정서'에 호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9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낙선한 일부 민주당 후보가 중앙정치 무대로 떠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것도 이전의 좋지 못한 선례가 한몫했다.

■아직 험난한 '야도 부활'

야권의 이런 모습은 새누리당을 대신할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지역사회에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야권에 몸담고 있는 지역 인사조차 "야권 내 민주인사를 자처하는 사람은 많지만 시민이나 지역 오피니언 리더그룹이 동료의식을 느낄 만큼 지역에 밀착한 경우는 별로 없다"며 "오히려 끼리끼리 자신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거리감을 주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역민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지역 내 여론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 비새누리당 성향의 표 결집과 야도 부활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20여 년간 정치구도를 독점하면서 제3의 도시로 추락한 부산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정당이란 점을 시민에게 보여줄 것"이라며 "문재인 상임고문과 같은 부산 출신의 당내 유력 대권 주자가 있는 만큼 북항재개발 신공항건설 등 참여정부 시절 추진한 정책을 계승하면서 사람중심, 복지중심의 부산발전 방안을 제시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야권 주요선거 표 분석

- 非새누리 성향표 제1야당 결집…'보수 안방'서 '야권 통합' 위력
- 민주당 최근들어 내리 10%대, 19대 총선엔 39.3%로 급신장
- 울산·경남서도 득표율 치솟아

부산지역 야권의 주요 선거 득표율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표심이 제1야당으로 결집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3당 합당' 이후 부산의 정치성향이 보수화하면서 야권은 각종 선거에서 40%대에 이르는 비새누리당 표심을 결집하지 못해 고전했다. 2000년 이후 제1야당인 민주당이 주요 선거에서 10%대를 득표한 것이 16대 총선(14.8%), 3회 시장선거 (19.1%), 17대 대선(13.5%), 18대 총선(11.8%) 등 네 차례나 된다. 17대 대선의 경우 새누리당을 찍지 않은 유권자는 42.1%였지만 비새누리당 표심은 친여 성향의 무소속 이회창 후보(19.7%)와 분산됐다. 18대 총선 역시 비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은 52.7%로 껑충 뛰었지만 친여 무소속 후보가 21.4%를 득표했고 당선자도 7명이나 배출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2010년 5대 부산시장 선거에서 44.6%를 득표했고, 이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부산에서 치러진 15차례의 대선 총선 시장선거에서 제1야당이 얻은 최고 득표율이다. 2년 뒤 19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면서 평균 39.3%를 득표했다. 특히 이번엔 서부산권의 결집력이 매우 강화됐다. 당선자를 배출한 사상구(55.1%)와 사하구(50.9%)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북구(47.5%) 강서구(42.8%) 남구(39.5%)에서도 민주당은 부산 평균을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영도구와 해운대구는 야권 통합의 힘을 보여줬다. 통합진보당 출신의 야권 단일 후보는 영도구와 해운대구에서 각각 37.7%와 39.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해운대·기장갑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는 새누리당 중진 서병수 의원을 상대로 40.3%나 득표했다. 또 민주당은 해운대·기장갑에 후보를 내지 않았는데도 해운대구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27.3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안방 중의 안방'으로 불리던 원도심의 야세 신장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20% 안팎에 머물렀던 중구(32.3%)와 동구(42.4%)에서 득표율이 급등했다. 반여 성향의 표 결집 경향성이 부산 전역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이 같은 추세는 울산과 경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19대 울산지역 총선에서 3명씩의 후보를 출마시킨 결과 각각 13.5%, 26.0%를 얻어 평균 39.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후보 1명만 출마해 2.3%를 득표하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약진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역시 옛 민주노동당의 18대 총선 득표율(18.1%)보다 8%포인트가량 늘었다. 울산 야권은 19대 총선에서 20%에 가까운 지지층을 더 확보한 것이다.

경남지역에서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역시 득표율이 28.9%로 치솟았다. 민주당은 18대에 이어 1석(김해갑)을 차지했고 득표율은 18.4%로 18대 총선 8.4%보다 10%포인트나 많이 받았다. 통합진보당은 득표율이 10.5%로, 18대 당시 민주노동당 9.0%보다 조금 올랐으나 지역구는 2석을 잃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