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오늘 '폭탄발언' 최씨 소환

2007년 대선 당시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대선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썼다고 시인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검찰에 소환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침묵'을 유지했고, 참모들은 최 전 위원장 '개인의 일'로 치부했다. 이런 가운데 최 전 위원장의 '시인'이 권력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시중의 '경고 메시지'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였던 최 전 위원장이 검찰수사를 앞두고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과 관련, 고향 후배인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대선자금으로 볼 수 있는 경선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힌 부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언론계 출신으로 정무감각이 뛰어난 최 전 위원장이 임기 말 검찰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고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파상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상한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이 사실상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건드린 것인데, 이는 청와대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면서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더 건드리지 말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상득·박희태·이재오·김덕룡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당선을 일군 '6인회' 멤버인 최 전 위원장은 당시 캠프에서 사용된 자금의 흐름을 소상히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암투설까지 나와

일각에서는 임기 말 권력 핵심들이 각자도생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6인회 멤버 가운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고, 박희태 전 의장은 불명예 퇴진하는 등 정치적 파워가 약화돼 권력 내부에서 공백이 생기면서 6인회 멤버 간 오해와 갈등을 조절하는 기능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최 전 위원장은 측근비리 수사에 이어 이번에 자신이 수사대상에 올랐다"며 "다른 멤버들은 비교적 상처를 덜 입고 피해 나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파워게임과 부정부패가 레임덕의 주요 원인"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측근 및 친인척 비리와 차기 주자의 차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선 긋기

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확실한 차별화에 나서면서도 파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선 자금 수사로 번질 경우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통령과 당내 경선을 벌였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선 자금도 도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위원장의 대선 경선 자금에 대해선 '일부 실세가 갹출해 마련했다'는 설이 여의도 정가에 널리 퍼져있는 상태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최시중 악재'에 대해 "구 주류 내부의 사안"이라며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