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관심 선거구 중 하나였던 부산 수영에서는 성추문 논란을 딛고 새누리당 유재중 후보가 45.30%를 득표해 경쟁자이던 박형준 후보(29.59%)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지역에서 지난 30년간 살면서 민심을 움켜쥔 유 후보에 대한 성추문 의혹이 오히려 지역 지지자들을 결집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선거 초반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경쟁을 벌일 때만 해도 누구의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박빙' 양상이었다. '친이 대 친박' '중앙정치 대 지역정치' 대결 속에서  선거기간 내내 성추문이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최대 지표로 떠올랐다. 공천 과정에서도 국민참여 경선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갑자기 여론조사 경선으로 방식이 바뀌면서 잡음이 일었다. 박 후보가 재심을 요청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경선에 참가하지 않은 박 후보를 제치고 유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이후에는 성추문이 선거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발표한 본지 여론조사 결과 유 후보의 지지율이 47.5%로 박 후보(31.5%)를 16%포인트 차로 앞서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당시 여성 응답자들의 48.8%가 유 후보를 지지했고, 박 후보 지지는 28.8%에 불과했다. 남성 유권자들도 박 후보(34.5%)보다 유 후보(46.1%)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유 후보 당선은 결국 여성 유권자들이 성추문 의혹에 영향을 덜 받았거나, 성추문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데 대한 반발심리가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던 허진호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국민생각 선다윗 후보는 유-박 양자 구도에 묻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재선에 오르게 된 유 당선자는 "힘든 싸움이긴 했지만 30년간 지역에 살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허위사실이나 비방에 넘어갈 만큼 수영구 유권자들이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선거였다"고 자평했다. 한편 박 후보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패배했음을 느꼈다. 패자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