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3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 이후 우리 정부의 조문에 관한 태도를 비난하며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북한 국방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

- 북, 관계 개선 시기로 생각…공식적 조문 기대했다 불발
- 남북관계 살얼음판 예고

'민족의 대국상 앞에 저지른 리명박 역적패당의 만고대죄를 끝까지 결산할 것이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30일 발표한 이 같은 제목의 대남 성명에는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정국에서 보여준 남측 당국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가 묻어나 있다.

■"군대와 인민의 피눈물은 복수의 불바다될 것"

북한은 내심 이번 조문 정국을 계기로 남측과의 관계 개선의 호기로 생각했고 남측 당국이 전향적인 입장에서 공식적인 조문을 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비쳐왔다. 하지만 남측은 답방 차원의 제한적 조문, 북한 주민들에 대한 위로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날 성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우리 군대와 인민이 흘리는 피눈물의 바다는 그것이 그대로 역적패당을 끝까지 따라가 씨도 없이 태워버리는 '복수의 불바다'가 될 것이며, 터치는 곡성은 괴뢰들의 아성을 짓부시는 '복수의 포성'으로 될 것"이라는 대목이다.

북한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이같은 성명을 내놓음에 따라 내년도 남북관계도 살얼음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7년 전 김정일 주석 장례식 직후에 남한 당국의 조문 태도를 문제삼아 김영삼 대통령을 실명 비난했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냉각 상태를 한동안 이어간 바 있다. 비난 수위도 지난 5월 30일 국방위 대변인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하며 "이명박 역적패당과 상종하지 않겠다"고 한 대변인 성명 이후 가장 강도가 높다. 여기에 '영원히'라는 수식어까지 달려 있다. 조문갈등으로 인한 남북관계 경색이 김 주석 사망당시인 17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측 당국이 조문 정국에서 남북 갈등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北신년사설도 비슷…南 "실망"

북측이 신년 공동사설 발표를 이틀 앞두고 국방위 성명을 통해 대남 비난 메시지를 발표한 만큼 신년 사설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남 정책은 상당히 강경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신년사설에서 부친인 김 위원장의 노선을 대체로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체제의 안정이 급선무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은 이미 관영매체들을 통해 김 위원장의 유훈과 '3대 혁명유산'을 강조하며 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유훈통치'를 해 나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3대 혁명유산 중 '핵보유국과 위성'을 첫번째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지도부는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다지고 미사일 개발 등 자위력 차원의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성명에 대해 남측 정부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이날 '내용과 표현' 측면에서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하루빨리 안정을 회복하고 남북관계에서도 건설적 태도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북한의 입장변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 상당기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