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28일 오후 김 위원장의 대형 영정이 평양 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새 비전 제시 못할 땐 고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대 후반의 젊은 지도자가 수년째 계속되는 식량난과 북핵을 둘러싼 주변국의 압력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 부위원장의 능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권력층과 주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자란 그는 북한 엘리트층에서 인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시절에는 교수가 집으로 와서 방문 강의를 했을 정도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 그런 탓인지 김 부위원장은 컴퓨터광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인 김 위원장이 만경대혁명학원, 평양 남산고급중학교,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친위그룹을 구축한 것과 또 20년 넘게 후계자 준비를 했다는 것도 '김정은 체제' 안착에 대해 의심하는 이들이 비교 근거로 삼는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 혈족인 고모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과 그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 주민은 '지도자 김정은'이 어떤 인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내년 '강성대국 원년'을 맞아 민심을 다독일 수 있을 정도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실패한 화폐개혁, 무너진 배급제, 물가 폭등에 따른 주민들의 생활고는 직접적으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향후 김 부위원장은 당분간 새로운 정책보다는 부친의 위업을 계승하는 이른바 '유훈통치'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기관지들이 6·15 공동선언 계승을 내세운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의 최대 업적은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부분적인 경제 개방(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등)조치가 꼽힌다.

중국 정부가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만큼 김 부위원장에 반대하는 세력이 당장 불만을 표출하기도 쉽지 않다는 해석도 만만찮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당분간 안정을 유지하더라도 유훈통치가 끝난 후 김 부위원장이 엘리트층과 주민에게 새 지도자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