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남측의 조문과 관련, 북측이 23일 남측의 모든 조문과 사절을 받겠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남북 및 남남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남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논평에서 "북남 관계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풀릴 수도 있고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면서 "조의방문은 북남관계의 운명과 관련된 신중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논평은 이어 "우리는 민족의 어버이를 조문하려는 남조선과 해외동포들에게 모든 길(개성 육로와 항공로 모두 개방)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남조선 당국이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남조선 단체들과 인민들의 조의 방문길을 막지 말고 당국 자신도 응당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남조선 정당 사회단체들은 위대한 령도자 조의방문을 희망하는데, 민족의 어버이에 대한 당연한 예의표시나 동포애적 견지나 미풍량속이나 인륜도덕으로 볼 때 응당해야 할 도리"라며 "동족대결에 환장한 남조선 당국은 조의방문을 한사코 외면하면서 각 계층의 조문길을 악랄하게 가로막고 있다. 더욱이 남조선 당국은 그 무슨 '북 지도자와 주민에 대한 분리대응'을 공공연히 운운하면서 공식 '애도'와 '조의표시'를 부정하고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식으로 불순한 속심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전체회의 답변을 통해 "정부가 일일이 대꾸할 일은 아니다"고 일축, 조문 확대를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이날 논평은 5·24 강경 대북제재 조치(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 전제)를 유지한 채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류 장관 주도의 유연성 정책을 북측이 정면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남측의 일부 민간단체는 자체적으로 조문단을 만들어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할 방침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은 물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도 통합된 민간조문단을 파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부와 협의할 예정으로 있어 향후 갈등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남북은 이날에도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 조문을 위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문제를 협의했으나 마무리하지 못했다. 

협의가 지연된 것은 통일부와 이 여사 측이 방북 수행 인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여사 측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수행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