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친과 가까웠던 이들 만나 남북관계 모색한다는 취지"

북한이 22일 오후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 방북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이 여사와 현 회장은 '후계자 김정은'을 만나는 첫 남측 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의 별도 면담 여부도 관심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노무현재단의 조문단 파견 방침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고, 북한 당국이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조문 방북을 22일 오후 전격 수용한 점을 볼 때 김 부위원장이 이들 두 인사를 면담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외국 대표단의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던 북한 당국이 이들의 조문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우선 남측을 외국으로 보지 않는 것이고, 김 부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가까웠던 이들을 면담한다는 것은 유훈통치를 실현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여사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낳았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 시절 시작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파트너인 현대그룹의 수장이고, 김 위원장과 수 차례 면담한 바 있다. 특히 현 회장은 대북 접촉을 통해 얻은 북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아 북측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우리는 조국통일 3대 헌장과 북남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기어이 실현해야 한다"면서 6·15 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면담 성사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북한 고위인사뿐 아니라 외교사절 등 조문객을 직접 맞고 있다"며 면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면담 성사 가능성이 있고, 이는 김 위원장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의 방북 일정은 1박 2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등에서 "이 여사는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문 방북은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와 개성을 거쳐 평양에 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