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새 지도자로 등극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전에 참배한 뒤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 쪽으로 애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정은, 빈소참배로 공개활동
- '천출위인' '위대한 계승자' 등 주요매체 일제히 찬양성 호칭
- 3대 세습에 정당성 부여 주력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이튿날인 20일부터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극존칭을 쓰며 대대적인 '김정은 띄우기'에 착수했다. 북한 관영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을 중심으로 '위대한 영도자' '위대한 계승자' '김정은 동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찬양·선전을 주도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조기 안착 의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게 붙이던 '걸출한 사상 이론가' '천출위인' '불세출의 선군영장'과 같은 찬양성 호칭도 봇물처럼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 호칭들은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10년이 경과한 1980년대 중반에야 사용된 것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평양발 기사 '김정은 동지의 령도에 충직할 의지를 피력'에서 "김정은 동지는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이시다. 그 어떤 천지풍파가 닥쳐온다고 해도 오직 그이만을 굳게 믿고 김정은 동지의 령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겠다"면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부원 간옥련(26·여)은 '우리 청년들은 김정은 동지의 령도에 따라 혁명의 계주봉을 굳건히 이어 위대한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시고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께서 승리에로 이끌어오신 주체의 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관영매체는 북한 고위층과 교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북한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존경하는…" "탁월한 영도자"

조선중앙방송이 20일 오전 김정은 부위원장의 영도를 강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정은의 이름 앞에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등 북한의 주요 매체들이일제히 '존경하는'이란 존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8년 '김정일 시대'를 개막하며 김 위원장의 이름 앞에 '경애하는'이라는 존칭을 붙였던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존경하는'이라는 존칭을 붙여 '김정은 시대'를 열려는 것 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방송은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주체혁명위업 계승 완성의 진두에 서 계신다"며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사상은 곧 경애하는 장군님의 사상과 의도이고 영도방식은 장군님의 뜻으로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켜 나가시는 가장 현명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부위원장에게 '탁월한 영도자'란 호칭을 붙인 점도 눈에 띈다. 김일성 주석에게는 '위대한 수령',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을 붙였었다.

이날 오후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 부위원장의 김정일 위원장 시신 참배를 전한 조선중앙통신 기사는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이신 김정은 동지의 령도를 충직하게 받들고 우리의 운명이고 미래이신 그이의 두리에 일심단결하여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튼튼히 지키어…"라고 전했다.

이날부터 김 부위원장이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당과 군부의 '탁월한 영도자'가 됐다는 것을 부각시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아버지 시신 앞에서 눈물

북한의 새 지도자로 등극한 김 부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20일 공개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 위원장의 시신을 공개한 데 이어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당, 군, 정 핵심간부들의 김 위원장 빈소 참배 장면을 동영상을 통해서도 공개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인민복 차림의 상복을 입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리영호 군참모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부친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 들어섰다.

김 부위원장의 얼굴은 침통하지만 비교적 차분해 보였다. 그는 김 위원장 관이 안치된 대형홀에 들어선 뒤 이미 도열해 있던 오극렬, 리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등과 순서대로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리용무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은에게 깍듯이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간부들과 김 위원장 시신 앞에 일제히 머리를 숙여 한참 동안 참배했다.

그러나 조의를 표한 뒤 부친의 시신 앞에 다가선 김 부위원장은 곧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입을 굳게 다물며 애써 울음을 찾는 모습도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