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재산 기부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가운데 정치권은 안철수 리더십 분석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출근하는 안 원장.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백신 무료보급·재산 환원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앞장…기성 정치권과 차별화 행보
- 安, 소통 통한 상향식 리더십…'하향식' 대선 잠룡들과 대조
- 박근혜 정몽준 등 고심 커져

"힘에는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영화 '스파이더맨' 중 주인공의 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월 TV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현재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급한 말이다. '50%의 5%에 대한 양보→1500억 원의 사회환원'. 반세기 이상 의식과 행동이 결여된 '말의 정치'에 갇힌 기성 정치권은 안 원장에 대한 국탄의 열광적 지지에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여론의 추이만 지켜보고 있다. 각계에서는 '안철수식 리더십'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권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안철수 '나눔 리더십' 분석 봇물

전문가들은 안철수식 리더십 분석에 한창이다. 그의 등장에 '낡은 정치'로 전락한 기성 정치권은 말이 없다. 그 만큼 그들이 받은 충격이 크다는 반증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16일 라디오 방송에서 안 원장의 기부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안 원장의 돈은 정몽준 의원의 돈과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졌던 돈도 성격이 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인 목사는 "안 원장은 백신을 만들어 무료로 보급하고, 자기 회사를 만들어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등의 전례가 있었다"며 "이번에도 1500억 원 상당을 냈는데 이것은 대권 행보와 관계 없이 연속선상의 행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인 목사는 이 대통령의 기부는 대통령 후보시절에 검증받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의 2000억 원 기부는 재벌의 '사회환원'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진정성과 연속성이 결여됐다는 의미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의 리더십은 자기희생과 솔선이 없으면 공허한 것"이라고 안 원장의 나눔 리더십을 평가했다.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 실천

안 원장의 이 같은 리더십은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집안에 태어난 데서 비롯됐다. 그의 아버지인 안영모 범천의원 원장은 1963년 피란민촌이던 부산 범천동에 병원을 개업해 48년째 운영 중이다.

그는 진료비의 반값만 받으며 단골 환자를 돌보고 있다. 안 원장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하거나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아버지의 생활을 보면서 자연스레 터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2세 정치인, 재벌 등 부모 잘 만난 덕에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인사들이 보여준 적 없는 '상식'인 것이다.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원해서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본인이 원해서 얻은 힘은 아니지만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은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지난 1월 MBC스페셜 안철수-박경철편 출연 중)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든 안철수 1인의 등장에 1% 기득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점에 기성 정치 지도자들의 고민이 있다.

■정몽준, 안철수 견제 '쓴소리'

안 원장의 등장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안 원장의 소통을 동반한 '상향식 리더십'과 달리 박 전 대표는 2인자를 키우지 않는 '하향식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친박계에서는 '원칙'과 '소신'이라고 평가했지만, 반대 세력에서는 '민주주의 소양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의 리더십과 관련, "정치 대 경제의 구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안 원장은 경제성공신화가 있지만 내공이 부족하고, 박 전 대표는 경제성공신화는 없지만 내공이 강하다"고 밝혔다. 반면, 그는 "말을 가볍게 하지 않고 상당히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안정적인 리더십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안철수 때리기'에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대학생과 각계각층을 상대로 강연을 통해 사회 변화와 개혁을 주장해온 안 원장은 정치적 행위를 시작한 것"이라며 "더는 신비주의에 기대지 말고 국민과 대화하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