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500억 원에 달하는 개인 재산 기부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의 기부 효과'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 말로만 민생복지 외치다가 기득권 집착해 실천은 뒷전
- 여야 모두 정책변화 불가피
안철수 원장의 개인 재산 기부는 내년 총선과 대선 정국을 강타할 변수로 급부상했다. 안 원장이 기부 발표와 함께 던진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는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안 원장의 기부 소식을 전해들은 15일 여야 정치권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정치권은 별도 논평 없이 "기부문화 확산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간단히 언급했으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원장의 '작은 실천'에 그동안 '입'으로만 사회지도층의 책임을 주장해온 기성 정치권이 또 한 번 '안철수 태풍'으로 큰 충격에 빠져 들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정치권은 한창 진행 중인 민생복지 논쟁이 안 원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앞에 빛이 바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에 밀려 여야 모두 '쇄신'(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을 논의 중이지만, 각 계파·세력이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어 돌아선 민심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맞춤형·생애주기형 복지'로 대표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정책도 실천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박 전 대표로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원장의 출현으로 흔들린 '대세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 쇄신의 전면에 나서는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안 원장의 재산 사회환원과 관련,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짧게 언급했으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안 원장이 던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정책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는 '버핏세' 도입을 검토 중인 한나라당은 '더는 흉내만 낼 수 없는'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졌다.
이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온종일 안 원장의 사회환원이 화제가 됐다. 특히 네티즌들은 "재벌들의 사회환원과 격이 다르다"는 등 수십만 건의 글을 올리며 극찬을 쏟아냈다. 실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6500억 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8000억 원, 이명박 대통령 331억 원 기부 등 그동안 사회지도층의 사재 사회환원이 잇따랐지만 이 같은 파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눔'보다는 '등 떠밀린' 기부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신라대 강경태(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안철수식의 쉬운 정치를 국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열광하고 있는 만큼 기성 정치권은 완전히 다른 정치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