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정치적 해석 않았으면", 박근혜 측 "기부문화 본보기"

- 신당 창당설 현실화 분석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자신의 분신과 같은 안철수연구소의 지분을 사회에 환원한 것은 고위층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표면적인 해석 외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높다.

■여야 겉으론 환영…속으론 긴장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던 지난 9월 이후 안 원장은 여야 양측으로부터 견제를 받아 왔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처음으로 무소속 강용석 의원등이 검증을 시작했고, 한나라당 경기도의원들은 경기도 출연 연구기관의 책임자인 안 원장의 행보를 문제삼았다.

지난 주에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정부 출연금 14억 원을 놓고 삭감·환원 소동을 빚었다. 또 여야 정치인들은 안 원장에게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강요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 원장의 이번 재산 사회환원은 여야의 공격을 여론을 통해 효율적으로 막는 동시에 이미지를 제고하는 고도의 정치 행보라는 시각이 높다. 특히 부친이 의사로 부잣집 아들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 원장은 이번 기부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는 부유층이란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여야 모두 안 원장의 재산 기부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용섭 대변인 명의로 "안 교수의 선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논평했다. '안 교수가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로도 해석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기부문화의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라고만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애써 정치적인 해석을 삼가려는 듯 말을 아꼈다.

■대선 행보 첫 걸음 분석

안 원장이 대권 행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 대신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만 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9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안 원장과 힘을 합쳤으면 좋겠고, 필요하다면 안 원장과 언제든지 만나 협력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답이 본지 이메일을 통해 전달됐다.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홍보팀장을 통해 "지금은 답을 할 때가 아니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이후 안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를 이틀 앞두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친필 편지를 박 시장에게 전달하면서 첫 행보를 시작했다.

이번 기부 행위는 투표 독려 편지 사건과 함께 안 원장 대권 행보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안 원장 주위사람들이 신당을 만들고 이후 안 원장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든다, 안 만든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이 신당을 만들어 안 원장을 끌어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