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선거 막판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전에서 여야 대권주자들이 유세 맞대결을 벌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범야권 박원순 후보 지원 결정으로 서울시장 보선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안 원장의 대선 대리전으로 급변한 데 이어 24일 동구청장 선거전에서도 대권 잠룡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박 전 대표가 거리유세를 통해 정면으로 맞붙었다.

박 전 대표와 문 이사장은 이번 동구청장 선거지원 이후 처음으로 거리 마이크 연설을 펼쳐 내년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했다. 특히 문 이사장은 '안철수 바람' 확산에 힘을 기울였고, 박 전 대표는 지지층 결속 행보를 이어갔다. 

야권의 민주당 이해성 후보 진영은 이날 오후 2시30분 동구 부산진세무서 앞 거리에서 문 이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총출동한 가운데 '투표참여 호소 큰절 캠페인'을 벌였다. 선거의 최대 관건인 투표율을 높이고, 때마침 불거져 나온 '안철수 선거지원' 효과를 20~40대 투표율 높이기에 적극 활용하자는 의도다.

문 이사장은 유세차량의 마이크 연설에서 "부산의 한나라당 일당지배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동구에서 야권단일후보를 꼭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안철수 원장의 선거 지원 발표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하자는 안 원장의 정신이  이 곳 부산에서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말했다.

여권은 열흘 만에 다시 동구를 찾은 박 전 대표를 통해 '안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오후 3시15분부터 정영석 후보와 함께 좌천동 성북시장, 범일동 부산진·남문시장을 차례로 방문하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성북시장에서 정 후보의 유세차량에 직접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연설에서 "부산시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해서 정말 송구스럽다.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지층의 표심을 다지면서 안철수·야권 바람을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안 원장은 이날 서울 안국동의 박 후보 선거캠프를 전격 방문, 박 후보와 만나 "멀리서나마 (박 후보를) 계속 응원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셔서 꼭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란다"며 응원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전달하는 등 직접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보선 구도가 한나라당 박 전 대표와 안 원장 간 일전을 벌이는 대선 전초전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안 원장 개입을 둘러싼 여야 서울시장 후보진영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