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 차려진 주민투표 투·개표 상황실에서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남 3구만 높고 전체 낮아…6·2 지방선거 결과 판박이
- 오 시장 독단 강행 결정에 친박·소장파 지원 소극적
- 대선 포기·시장직 걸었지만 민심에 약발 안통해 '쓴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최종 투표율이 25%를 겨우 넘기는 수준에서 싱겁게 무산됐다. 오전 10시 투표율을 20%로 끌어올려 마감시간까지 33.3%를 넘기겠다는 한나라당의 '1020전략'은 오전 11시의 투표율이 11.5%에 그치면서 일찌감치 실패했다.

■6·2지방선거 재판

이번 주민투표의 서울지역 25개 자치구별 투표율은 지난해 6·2지방선거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21개 구, 한나라당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중랑구 등 4개 구에서 승리했다.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투표율 30%를 넘긴 곳은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인 강남 3구뿐이었다. 민주당 소속의 단체장이 있는 자치구에서는 대부분 20% 초·중반대의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민주당의 '착한 거부'라는 주민투표 불참 전략이 통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이 투표 거부로 한나라당에 맞서왔던 만큼 사실상 각 자치구별 투표율은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서울 선거 전망은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살렸던 강남3구도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 오 시장은 대부분의 자치구별 득표율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뒤지다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50%가 넘는 득표로 막판 승리를 거뒀다. 이번에도 강남3구는 다른 지역보다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투표율은 30%안팎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내분, 동력 약화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낮았던 데는 한나라당의 내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오 시장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투표일 막판까지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당 지도부도 "투표율 제고 활동은 서울시당이 중심이 돼야 하고 중앙당은 지원을 하는 역할"이라며 '거리 두기'를 해왔다.

특히 친박계와 소장파가 투표율 제고 활동에 소극적이었다는 당내 안팎의 여론이 거셌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친이계 의원을 중심으로 "투표율을 내년 총선 공천과 연계해야 한다" "오 시장이 계백 장군이 되게 할 수 없다"는 등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에 대해 친박계와 소장파가 반발해 혼란이 가중됐다. 박근혜 전 대표도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서울시민이 선택해야 할 일"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정치문제 변질, 혐오증 가중

학생들에 대한 급식 문제가 정치문제로 변질된 데 대한 혐오증도 낮은 투표율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이라는 정책 투표에서 시작됐지만 여야가 각각 '단계적 복지'(한나라당), '보편적 복지'(민주당)를 내세워 싸우면서 정치문제로 변질됐고,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조차 투표에 대한 회의론이 일었다.

■오 시장 정치적 치명상

이날 주민투표 무산으로 오 시장의 정치적 장래도 불투명해졌다. 투표율 33.3%를 넘어서 주민투표에서 이겼다면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도 있었지만 저조한 투표율로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