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투표결과는 무승부"…당 내 리더십에 타격 불가피
- 이 대통령에도 '불똥' 튈 듯
- 10월 보선 땐 민주당 유리, 복지이슈 선점에 한발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개표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기지 못해 무산됨에 따라 정국에 파장이 일고 있다. 24일 실시된 주민투표는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 여부에 대한 투표이기도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여야 정책대결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정국 분수령. 내년 총·대선에 파장

특히 이날 주민투표가 무산됨에 따라 복지포퓰리즘을 둘러싼 여야 대결이 분수령을 맞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주민투표 투표함을 열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오는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시장직 사퇴를 약속한 오 시장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내달 30일까지 사퇴하지 않을 경우 내년 4월로 보궐선거가 미뤄질 수 있다. 하지만 오 시장 입장에서 1개월 이상 '식물시장'으로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권에 대한 바닥민심이 어느 때보다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직마저 민주당에 내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서울지역 선거는 더욱 불리해지고, 이 같은 흐름이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10월 서울시장 보선은 사실상 총선과 대선 전초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통령·홍 대표 '불똥'

한나라당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홍준표 대표는 투표율이 25%를 넘어섰다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의미축소를 시도했다. 홍 대표는 "투표율이 33.3%를 넘지 않았지만 주민투표 자체는 무승부"라면서 "이번에 투표한 사람들은 전부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내년 총선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자들 대부분이 단계적 무상급식을 선택한 한나라당 적극적인 지지자인 만큼 내년 총선에서도 최소한 25.7%의 득표율을 확보했다는 논리다. 주민투표 패배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그만큼 당혹스럽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홍 대표 개인적으로도 일정 부분 후폭풍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에서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당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처할 것이라는 친박계 유승민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 지원에 나섰던 홍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서다.

벌써부터 당내 일각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를 총력지원한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 시장을 측면지원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오 시장이 당과 사전협의 없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더 나아가 시장직까지 연계시킨 상황에서 청와대가 측면지원을 한 모양새가 연출된 만큼 선거패배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최대 화두로 떠오른 복지이슈를 확실하게 선점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야권 통합작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