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성 "좀 으스스하다", 홍 대표 독주 견제 목소리

홍준표(오른쪽) 한나라당 새 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을 인사차 방문해 김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한나라당이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총선체제 정비에 나선 가운데 홍준표 신임 대표의 '계파활동 의원 공천 배제' 발언과 '젊은 지도부'의 세대교체 분위기에 중진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 대표의 전날 발언을 문제삼으며 "계파에 단순히 참여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식으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심각한 문제를 지적한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면서도 "계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생각해보라"며 계파 타파를 위해 공천을 '활용'한다는 홍 대표의 계획을 비판했다.

이윤성 의원도 "새 지도부의 첫 마디로 계파 공천, 세대교체를 쏟아내고 있는데 사실 좀 으스스하다"면서 "아주 참신한 분들이라 기대가 큰데 내부문제를 너무 부각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부담스럽고 당원, 일반 국민들도 듣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중진들의 이 같은 예민한 반응은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당 내부에서 '쇄신과 변화'가 강조되고 신임 지도부가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던 40, 50대로 모두 채워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홍 대표가 '계파의원 공천배제'까지 들고 나오면서 쇄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중진들이 공천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3선 이상 중진 의원의 비율이 높은 부산·경남의 경우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친이계 중진들이 당 주류에서 밀려나 급속한 세 약화에 내몰리면서 내년 총선 공천 때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완전국민경선제가 논의되는 마당에 신임 당 대표가 공천권한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벌써부터 홍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대표는 앞서 당선 기자회견에서 공천과 관련해 '상향식 공천, 개혁 공천, 이기는 공천'이라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당원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상향식 공천을 하되, 선거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인물을 후보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은 "개혁 공천이란 이름으로 자의적인 공천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 사무총장과 대변인, 대표 비서실장, 여의도연구소장 등 주요당직 인선에서 홍 대표 캠프 인사들이 포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날 홍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조찬 간담회에서 원희룡 최고위원이 "캠프 인사가 주요 당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항의했고, 다른 참석자들도 탕평인사를 주장해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