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朴에 힘 실어주기 해석도
- 朴, 이례적 직접 결과 브리핑

	이명박 대통령이 3일 낮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개월여 만에 다시 만났다. 이 대통령은 3일 박 전 대표와 최근 박 전 대표의 유럽 3개국 특사 활동을 수행했던 한나라당 권영세 권경석 이정현 이학재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특사활동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어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 단독 면담을 갖고 국정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약 1시간에 걸쳐 별실에서 이뤄진 단독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으며 주요 화두는 '민생'과 '통합'이었다고 박 전 대표가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문제도 실제 어려움이 너무 크다", "국가가 발전해도 구조적으로 (복지)혜택을 못받는 국민이 많다" 등의 여론을 전달한 뒤 이 대통령에게 "국정의 중심을 민생에 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진언을 흔쾌히 받아들여 각각의 민생현안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잘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정치논리보다 민생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모두가 하나가 돼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꼭 그렇게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동에선 북한이 최근 공개한 '남북 비밀접촉'과 관련한 대화도 오갔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하실지, 정부 부처가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이 있어서 정부가 현 상황과 관련해 국민들께 솔직하게 설명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역할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요청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틀에서 같이 하나가 되고 또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역할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단독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좋은 여건이니 열심히 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이 여권에 안정감을 줌으로써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박 대표는 이날 회동 1시간 뒤인 오후 3시30분께 밝은 표정으로 의원회관 사무실로 돌아와 회동 내용을 직접 소개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 회동 결과를 브리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2008년 5월 회동 이후 3년여 만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적극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